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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출근길 시위 계속할 것”…장애인 시위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

  • 기사입력 2022.06.30 15:13
  • 최종수정 2022.06.30 19:3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우먼타임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우먼타임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장기화할 전망이다.기획재정부(기재부)와의 장애인권리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서다.

전장연은 지난 27일 오전 7시30분 혜화역에서 ‘제3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재개하며 기재부를 향해 “29일 기재부와의 간담회 이후 시위를 이어나갈지 말지 이야기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가 재개되자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는 등 일부 출근길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다른 장애인단체들은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 전장연이 이야기하는 것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역사는 2001년으로 올라간다.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이후 2007년 전장연이 출범했다.

이들이 현재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안은 장애인권리 4대 법률(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특수교육법‧장애인평생교육법)의 제‧개정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 탈시설자립 지원시범예산 807억원 △장애인활동지원예산 1조2000억원 증액 △특별교통수단지원 및 연구예산 1612억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지원 등이다.

전장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달 29일, 코로나 완전 극복 및 민생안정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면서 “그 총액이 62조에 달하는데 장애인권리예산은 특별 교통수단 연구비 2억원 증액에 그쳤다”라고 반발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29일 전장연을 포함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정부는 전장연의 장애인권리예산 확대 요구에 뚜렷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예산 요구에 끝까지 답변하지 않고 ‘노력하겠다’며 간담회를 종료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은 기재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겠다며 7월 1일 오전 7시 반부터 지하철 4호선 이수역에서 삼각지역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장애인권리예산 두고 ‘동상이몽’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앞은 서로 다른 장애인단체가 대치하고 있었다. 전장연이 요구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에 관한 조례’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하는데, 탈시설 지원 조례안은 장애인 단체 내에서도 찬반이 나뉘는 사안이다.

전장연을 제외한 타 장애인단체 및 장애인 가족들은 장애인 탈시설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들은 탈시설이 오히려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전장연의 탈시설 예산 확대에 반대하는 한 장애인은 “장애인의 거주시설이 ‘감옥’이라는 것은 오류”라고 반박했다. 이어 “탈시설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탈시설 조례안은 특정 장애인 단체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 권리예산 확대가 모든 장애인의 공통된 바람이지만 장애인단체 내에서도 예산을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장애인권리예산을 얼마만큼 증액하느냐’ 보다는 ‘어떤 부분의 예산을 확대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시위 방식에 대한 고민 필요한 때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사진=우먼타임스)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사진=우먼타임스)

전장연의 한 관계자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20년을 넘게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시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는 데 따른 불편과 불만을 토로하자 전장연의 시위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7일 ‘제3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당일 4호선에서 만난 시민 A씨(70)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임을 밝히고 “같은 장애인으로서 전장연 시위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전장연의 시위를 이해는 하지만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과 마찰을 빚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도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왔지만 하루하루 출근하고 일하는 시민이다. 젊은 사람들이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러한 시위 방식이 혹여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저해하진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1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교통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들은 “전장연 시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린다”며 맞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들은 “전장연이 요구하는 지하철 승강기 설치가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이동권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발을 묶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여 장애인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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