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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과 상처 뒤로 한 채 ‘K-방역의 상징’…정은경 질병청장 떠나다

2년 4개월간 코로나 방역 수장으로 깊은 인상 남겨

  • 기사입력 2022.05.18 17:29

우먼타임스 = 천지인 기자

질병관리청을 떠나는 정은경 청장이 17일 비공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수어로 ‘덕분에’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만큼 잠시 마스크를 벗고 기념촬영을 하자는 직원의 제안에 “그래도 끝까지 쓰는 것으로 하자”며 거절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방역 수장’다웠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을 떠나는 정은경 청장이 17일 비공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수어로 ‘덕분에’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만큼 잠시 마스크를 벗고 기념촬영을 하자는 직원의 제안에 “그래도 끝까지 쓰는 것으로 하자”며 거절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방역 수장’다웠다. (연합뉴스)

K-방역의 사령탑으로 코로나19와의 싸움 내내 최전방에서 지휘하며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정은경(57) 질병관리청장이 떠났다.

정 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맡았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새 질병청장으로 임명함에 따라 청장 자리에서 퇴임했다.

그는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 발생 이후 2년 4개월간 ‘K-방역’의 상징이자 사령탑이었다. 방역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4년 10개월 만이다.

정 청장은 2017년 7월부터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다가 코로나가 터지며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자 초대 청장이 됐다. 의사 출신으로 1995년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에서 역학담당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질병·방역 관리 현장에서 평생 일해 왔다.

정 청장은 특유의 성실한 자세와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흰머리, 닳아버린 구두, 차분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대응과 매일 브리핑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코로나 극복의 상징처럼 인식되었다. 코로나 유행 초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급증할 때는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일화나, 검소한 씀씀이가 드러난 업무추진비 내역 등도 화제가 됐다.

그는 ‘K-방역의 상징’ ‘국민영웅’ 평가에 대해 “너무 과분하다. 공직자로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어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그는 이임식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여러분의 사명감과 열정, 헌신·노고가 있었기에 함께 위기를 극복해 왔다. 유행이 진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결정·판단이 국민 생활·안전에 큰 영향을 미쳐 책임이 막중해졌고 국민의 시선과 기대가 부담스럽고 무거울 것”이라며 “책임감은 무겁게 갖되, 더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리라 믿고 응원하겠다”고 당부했다.

정 청장 임명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를 직접 찾아 임명장을 수여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 청장은 이임하는 날까지도 새 정부의 코로나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지난 2년간 질병청은 과학 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 백신이나 치료제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데 대한 마지막 소신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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