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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닙니다”...디지털 성범죄 불법 촬영물 지워준다는 ‘이 곳’은?

영상 삭제·법률 및 의료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원스톱 센터'

  • 기사입력 2022.05.18 23:42

우먼타임스 = 강푸름 기자 

2019년 텔레그램을 이용해 여성의 성착취물 영상을 제작·판매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이후 법적 제도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졌다. 하지만 2년이 지났어도 디지털성범죄는 코로나19와 맞물리며 여전히 여성을 노리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일상이 무너진다.(pixabay)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일상이 무너진다.(pixabay)

디지털 성범죄에 여성은 속수무책이다. 디지털 성범죄란 디지털 기기와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이다. 범죄물은 △변형카메라 이용 불법촬영물 △합성·편집물(딥페이크)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협박, 강요, 그루밍 등에 의한 촬영물 포함)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한 영상물 등이다.

자신도 모르게 이런 범죄의 대상이 된 여성들은 엄청난 불안과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을 하기조차 어렵다.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불법 촬영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늘자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센터’를 만들어 피해자를 돕고 있다.  

올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2021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발생한 성범죄 피해지원 건수는 18만 8083건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이중 피해촬영물 삭제 지원이 16만 9820건으로 가장 많았다.

◇ 피해자 원스톱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지원센터’

지난 2018년 문을 연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가 운영하는 기관이다. 범죄 특성을 반영해 피해 상담과 피해촬영물 무료 삭제지원, 피해자 지원기관 연계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초기 상담을 통해 전반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한 후 경찰신고 등을 지원한다. 이후 피해촬영물 또는 URL주소 등을 확보해 삭제지원 서류접수를 도와준다.

불법 촬영물 삭제지원은 유포범위를 확인한 후 경찰청에 증거자료를 모아 접수하고 업로드된 사이트에 삭제 요청·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요청하는 방식이다. 긴급 삭제지원 이후에는 재유포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경기도는 2021년 2월 광역 지자체 최초로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를 개소했다.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피해 상황을 파악해 불법 촬영물을 확보한 후 상담지원·삭제지원·법률지원·의료지원 등이 이뤄진다. 지난해 1년간 피해자 367명을 대상으로 전문심리상담 지원, 영상 삭제 등을 1만 1156건 지원했다.

올해 3월 말 개관한 서울시의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는 개소 한 달여 만에 불법 촬영물 삭제, 수사·법률, 심리·치유 등 총 830건을 지원했다. 피해 유형은 △불법촬영 △온라인 그루밍 △유포·재유포 등이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상담심리학회,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성범죄 전문 변호사, 심리치료사 등 100명으로 구성된 전담 지원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범죄 피해 법률·소송지원(1건 165만원) 및 심리치료 비용(1회 10만원, 10회)을 무료로 지원한다.

◇ 피해자 ‘맞춤형’으로 지원 이뤄져

온라인을 매개로 한 불법 촬영물은 디지털 콘텐츠 특성상 복제·확산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익명의 공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고, 은폐되기 쉽다.

SNS로 접근해 쇼핑몰 모델을 제안하며 찍은 사진을 유포한 경우. (서울시)
SNS로 접근해 쇼핑몰 모델을 제안하며 찍은 사진을 유포한 경우. (서울시)

실제 불법 촬영 유포·재유포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21세 B씨.

B씨는 SNS에 올려놓은 자신의 사진을 보고 쇼핑몰 모델을 제안하며 접근한 사람에게 속았다. 가해자는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여러 옷을 입어 보라고 권했다. 노출이 심한 옷들이 많아 망설이던 B씨에게 가해자는 “테스트용이니 수위가 높은 사진은 삭제해주겠다”며 안심시켰다. 불안했지만 계약서도 작성했고,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응했다.

이후 지인을 통해 자신의 사진이 온라인에 유출됐다는 말을 들은 B씨는 일상을 포기한 채 몇 날 며칠을 피해물을 찾는 데 매달렸다. 하지만 끊임없이 올라오는 게시물을 홀로 감당하기 어려워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 지원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피해 접수를 받은 후 이미 많이 유포된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을 하고 피해자 영상물을 재유포, 판매하는 가해자를 고소해 검거에 성공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는 불안과 우울, 무기력과 분노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피해신고와 재판선고까지 오랜 기간을 견뎌야 한다.

이희정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피해지원팀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이 절대 아니며 혼자가 아니다”라며 “센터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피해 시민의 일상회복을 목표로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건을 계기로 2020년 교육부, 과기정통부, 법무부, 국방부, 행안부, 여가부 등 관계부처와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에는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 처벌 강화, 신상공개 확대 등 처벌 실효성 강화 △온라인 그루밍 처벌 신설과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연령 상향 △불법촬영물 소지·구매 등 수요자 처벌 조항 신설, 학교 성교육 실시 등 수요차단 및 인식개선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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