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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여성’이란 이유로…국내 유학생 절반, 성폭력 경험 

피해 입어도 공식 지원체계 도움 안 받아
경찰에 도움 청했지만, 크게 도움 안 돼
유학생 지원 기관 따로 없어…안전망 구축 필요

  • 기사입력 2022.04.06 19:39
  • 최종수정 2022.04.06 22:41

우먼타임스 = 김성은 기자

 성희롱 고발 운동 '미투'
 성희롱 고발 운동 '미투'

외국인 여성 유학생이 매년 늘고 있지만 이들 중 거의 절반이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한 번 이상의 피해를 당했고, 공식적인 지원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 여성연구원이 발간한 다문화 사회연구 학술지 ‘외국인 여성 유학생의 성폭력 안전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김은정, 정세미 2022)에 따르면 유학기간 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유학생은 약 2명 중 1명이었다.

조사는 지난 2021년 8월~10월 3개월 동안 4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년 이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는 47.3%(194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피해 유형은 성희롱 157명(38.3%), 성추행(138명, 33.7%), 디지털 성폭력(104명, 25.4%), 강간 및 강간 미수(75명, 18.3%), 스토킹(39명, 9.5%), 불법촬영 및 유포(22명, 5.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피해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피해 경험자(194명)에게 피해 빈도를 묻었더니 ‘2~4회’가 80명(41.5%)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5~9회(39명, 20.2%), 1회(38명, 19.7%), 10회 이상이 36명(18.7%)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이 143명(73.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온라인’ 72명(37.1%), ‘애인 및 배우자’ 22명(11.3%), ‘학교 동기 및 선후배’ 21명(10.8%), ‘고용주 및 직장상사’ 19명(9.8%), ‘커뮤니티’ 17명(8.8%)의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장소는 ‘온라인’이 72명(37.1%)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모르는 곳’이 48명(24.7%), ‘일터’가 39명(20.1%), ‘학교 및 학교주변’이 38명(19.6%)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기타(대중교통, 길거리, 식당 등)에서의 발생률도 58.5%로 나타나 다양한 장소에서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은정 한양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 조교수는 “기존 연구에서처럼 여성 유학생들은 ‘외국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 문제가 두드러지고, 특히 대학 내에서 남성 유학생보다 차별 경험이 높고 성폭력 피해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김이선 외, 2019)”며 “외국인 여성 유학생은 여성과 이주민이라는 이중의 취약성을 가지므로 성폭력 등 안전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공식적인 지원체계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피해 경험자 194명 중 공식적인 지원체계에 도움을 요청한 응답자는 55명(8.4%)뿐이었으며, 71.6%(139명)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니 ‘피해가 크지 않아서’가 54.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방법을 몰라서’ 38.8%,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34.5%,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라서’ 14.4%, ‘보복과 협박이 무서워서’ 13.7%, ‘주변의 비난’ 10.8%, ‘두렵고 부끄러움’ 7.2%, ‘언어적 한계’ 6.5% 순으로 답했다.

공식적인 지원체계에 도움을 요청한 응답자의 경우, 도움을 요청한 기관은 경찰이 가장 많았지만 도움 정도는 가장 낮았다. 

도움을 요청한 기관은 ‘경찰’ 46명(83.6%), ‘학교 내 기관’ 14명(25.5%), ‘병원 및 해바라기센터’ 12.7%, ‘학교 외 기관’이 10.9% 순이었다. 

도움 정도(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정도)는 ‘온라인 사이트’가 5점으로 가장 높았고, ‘병원  해바라기센터’가 4점, ‘학교 내 기관’이 3.54점, ‘학교 외 기관’은 3.17점으로 나타났으며, ‘경찰’은 1.74점으로 도움 정도가 낮게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지원체계에 대한 인식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성폭력 피해 지원 기관에 대해 ‘모른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7.3%였다. 성폭력 피해 지원 기관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62.7%)의 경우 ‘경찰’이 47.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대학 생활 상담센터’가 18.5%, ‘이주여성인권센터’가 11.7%,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9.8%, ‘다누리콜센터’가 7.8%, ‘이주여성상담소’와 ‘해바라기센터’가 각각 7.3%였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데다, 대학 생활상담센터의 경우 한계가 있다. 대학 차원에서 처리·지원할 수 있는 영역은 학교 구성원에 한정되어 있고, 일터나 지역사회 등 학교 밖에서 일어난 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 조교수는 “대학 및 관련 기관들과의 연계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차원의 통합적 안전망 구축 및 운영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내 이주여성을 위한 대표적인 폭력피해 지원체계로는 이주여성상담소 및 피해자 보호시설(쉼터)이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피해 지원을 위한 별도의 지원 기관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 여성 유학생의 성폭력 피해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외국인’ ‘여성’에 대한 차별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외국인 여성에 대한 차별인식 변화를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20년 기준으로 약 15만4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2011년 8만9537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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