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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여성가족부,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여성단체 대표들과 간담회
안, "정부조직 개편은 백지상태" "몇 가지 대안을 고민 중"
여성단체들, "여가부 핵심 기능인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라"

  • 기사입력 2022.03.30 23:53
  • 최종수정 2022.03.31 00:33

우먼타임스 = 천지인 기자

여성가족부의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새 정부는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대로 여가부라는 조직은 폐지하되 아동·가족·인구감소와 청소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거나 여가부의 여러 기능을 타 부처 등에 분산시키는 체계를 만들 것으로 짐작된다.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여가부 기능의 핵심인 성평등, 성차별, 성폭력, 젠더 정책과 관련한 기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윤 당선인의 인식을 감안할 때 이 점이 정부조직 체계 안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여성단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직인수위에는 여성정책 전문가는커녕 여성위원도 찾아보기 어려운데다 여가부 공무원은 한 명도 파견받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0일 처음으로 여성계 입장을 경청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여성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새 정부의 기조를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백지상태”라면서 “몇 개의 대안을 만들어보겠다”는 정도로 여가부 폐지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 두번째)이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여성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 두번째)이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여성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간담회에 참석한 여성단체들은 입을 모아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로 성평등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며 여가부 폐지에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여가부가 본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오히려 지위·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이은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원영희 한국YWCA 연합회 회장이 참석했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여가부가 2001년 생긴 이래 참 많은 역할을 해 왔다”면서도 “시대도 변하고 역할도 변하는 게 정부조직”이라며 여가부 조직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면담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여러 우려를 충분히 들었다. 이걸 반영해서 해당 분과와 기획조정분과가 함께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드는 게 아니겠느냐”며 “우려를 잘 담아 몇 개의 대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판단은 윤 당선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또 “여가부가 어떻게 실질적으로 제대로 기능할지 그 발전 방안은 사회복지문화·기획조정분과가 심도 있게 검토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인수위의 임이자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는 “여가부는 여성 외 학교 밖 청소년 등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듬는 역할을 해왔다”며 “유사기능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 여성 관련 권익·지위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이 너무 필요하다”며 성평등 정책을 담당할 수 있는 독립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과의 간담회 직전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단체들은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다. 더욱 강력한 성평등정책 전담 부처를 마련하라’는 제목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대응 범여성계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은 요지는 이렇다.

“적극적 성차별 해소는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이자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다. 대한민국은 성별격차지수 156개국 중 102위, 성별임금격차 26년 연속 OECD국가 중 최고(31.5%, 2020), 유리천장지수 10년 연속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성차별이 매우 심각한 국가다.

이는 성차별 해소를 위한 국가의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함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 된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여성들과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큰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성차별 해소를 위해 더 넓고 더 깊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시기에 국가적 책무의 상징인 여성가족부의 존폐를 논쟁의 대상으로 만들고 국민 분열을 초래했다.

보수와 진보, 정파를 초월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인권과 평화를 목표로 활동해 온 우리 여성단체들은 범여성계의 목소리를 모아 부처 설립 20년을 맞이한 여성가족부의 제한된 인력과 예산의 한계를 통감하며 정부 내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성주류화 정책을 실효성 있게 집행할 보다 강력한 집행부처를 요구한다. '보다 강력한 집행 부처의 명칭에는 성차별 해소라는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안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보수 성향의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여협은 성평등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범여성계와는 달리 가족정책에 무게감을 둔 ‘가족부’ 신설을 제시했다. 인수위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인구가족부’ ‘미래가족부’ 등과 맥이 통한다.

여협은 안 위원장에게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양성평등과 가족구성원의 복지를 관할하는 독일식 1장관 3차관(양성평등·저출산·복지) 체제로 개편하거나 흩어진 청소년·가족·복지 정책을 한 데 묶어 ‘가족부’로 개편하고 부처별 양성평등전담부서를 설치하는 한편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두는 방안이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안 위원장에게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지는 사회,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 아이를 마음 놓고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 소득격차와 같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위원장과 여성단체의 간담회가 열린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 진단과 성평등 정책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위원장과 여성단체의 간담회가 열린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 진단과 성평등 정책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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