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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 ⑪박원순 피해자, “여가부 필요 없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한 민주당 찍을 수 없었다
중앙일보에 기고

  • 기사입력 2022.03.15 20:18
  • 최종수정 2022.03.16 09:35

우먼타임스 = 김성은 기자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를 지지하는 일부 보수 여성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김잔디’라는 가명을 쓴 피해자는 15일 중앙일보 기고문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을 수 없었던 이유를 밝히고 여성가족부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작년 3월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피해자 자리라는 명패만 붙어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작년 3월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피해자 자리라는 명패만 붙어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김씨는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이 필요하냐”며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못하고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렀다”며 “민주당의 성범죄로 지자체장들을 다시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위해 들어간 비용은 1000억원에 육박할 만큼 컸으나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도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지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고 비판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른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 3인방. 남인순(왼쪽부터), 진선미, 고민정 의원.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른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 3인방. 남인순(왼쪽부터), 진선미, 고민정 의원. (연합뉴스)

그러면서 “문 정부의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며 “이 정도 인식이니 민주당 남녀 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이 피해자를 향해 가한 야만적인 2차 가해를 뻔히 보고도 단 한마디의 일침도 놓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한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고, 야당은 이를 반영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놓았다”며 “지난 5년 동안 너무도 명백한 잘못을 하고도 제대로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니 폐지 공약이 나오고 나서야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혐오적인 선동’이라고 여가부 안팎, 여성계가 흥분한다. 그리고 적잖은 2030 여성들이 여기에 동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나의 대선 한 표도 그런 기준으로 던졌다.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는 2차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성범죄 척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서울을 쥐고 흔든 유력 정치인의 권력형 성범죄에 맞서 법 앞에 평등한 인간으로 마주 서기를 기대했으나 내가 바랐던 법 앞의 평등은 가해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됐다”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힘에 압도돼 나는 매일매일 더 위축됐다. 기호 1번은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18조에선 국가와 지자체의 2차 피해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직접 겪어보니 구체적인 보호 내용과 절차 등이 미흡하다”며 “특히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의 2차 가해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막아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소모적 싸움을 피해자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곧 출범할 새 정부는 ‘권력형 성범죄 척결’을 약속한 바 있다. 새 정부는 ‘위계’와 ‘모호한 공사 구분’이 잠재적 가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며 “권력은 언제나 견제와 경계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성에게 우리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러나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한쪽에만 유리한 규칙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그 기울어진 대지 위에 콘크리트를 붓고 운동장 자체를 평지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법과 제도의 ‘보호받는 객체’로서의 여성은 사회의 불합리함에 맞서 싸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김씨의 기고가 실린 중앙일보 3월 15일자.
피해자 김씨의 기고가 실린 중앙일보 3월 15일자.

한편 김씨는 올해 초 자신의 피해 경험을 담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출간했다. 

김씨는 자신이 4년간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면서 2017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박 전 시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자신이 입은 피해,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에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등을 세세히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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