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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여성] BBC 등 해외언론, “한국 대선, 표 받으려 성차별 부추겨”

윤 후보, 고통받는 청년 표 얻으려 성차별 조장
한국 페미니즘, 거대한 백래시에 직면

  • 기사입력 2022.03.09 23:01
  • 최종수정 2022.03.09 23:02

우먼타임스 = 성기평 기자 

​한국 대선에서 여야의 유력 후보 2명이 젊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하는 선거운동에 주력하는 바람에 여성 유권자가 무시당하고 있다고 BBC·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지적했다.

두 언론은 한국이 선진국 중 여성인권이 최하 수준인데도 주요 후보들은 반페미니즘적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대선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BBC는 8일 “한국 젊은 여성의 고통이 이번 선거에서 전면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며 “누가 청와대를 차지하든 반페미니즘 백래시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성범죄 처벌이 미약하다고 BBC는 꼬집었다. 지난 10년간 성범죄자 가운데 28%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41.4%는 보호관찰을, 30% 정도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BBC는 한국의 여성계는 불법 촬영물에 대한 처벌을 끌어내고 잠재적 대권주자였던 고위인사의 성범죄까지 폭로해 아시아의 미투 운동을 주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시의 ‘나도 당했다(Me Too)’는 여성의 함성이 ‘내가 먼저다(Me First)’라는 남성의 외침에 묻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활동가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활동가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매체 가디언도 7일 “두 후보가 젊은 남성 유권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특히 윤석열 후보의 이런 태도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강하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대표를 하버드대 출신의 ‘남성 인권 옹호가’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여성할당제를 비판하고 여성친화 정책을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공격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대남을 겨냥한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이런 흐름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은 역차별을 조장해 남성의 일자리와 기회를 빼앗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을 노리고 있지만 남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후보는 여가부 폐지에는 반대한다면서도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떼려 하고, 페미니즘 편향성을 이유로 모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 약속을 취소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 여성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가디언은 성별 임금격차, 여성의 고위직 진출 비율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의 여성 인권 상황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2021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젠더격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지수 순위는 156개 국 중 102위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또 19%에 그친 여성 국회의원 비율, 5%에 그친 기업 여성임원 비율 등도 취약한 여성 인권 의 근거로 거론했다. 가디언은 여성의 이런 상황이 역대 최저 수준의 출산율(2020년 기준 0.81명)로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하면서 성혐오 정치를 비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이 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하면서 성혐오 정치를 비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편 국민의힘은 7일자 워싱턴포스트의 윤석열 후보 서면 인터뷰 기사 내용 중에서 윤 후보가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걸 부정했다. 그러자 워싱턴포스트는 다음날인 8일 ‘윤 후보, 인터뷰가 틀어진 후 세계 여성의 날에 페미니스트 표기 거부’라고 보도하면서 전말을 밝혔다.

이 신문은 “한국의 보수성향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은 8일 워싱턴포스트 서면 인터뷰 발언이 한국 언론에 퍼지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한 것을 철회했다”며 “윤 후보의 답변이 알려지자 윤 후보측은 행정 오류라며 보내려던 원문이란 것을 한국 취재진에게 회람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에는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답변이 없었다.

이 신문은 윤 후보가 보내온 서면 인터뷰 답변 원문을 기사에 실었다. 윤 후보는 여기에 “저는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한 형태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 나가려는 운동이다. 그런 점에서 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이 신문은 “윤 후보 답변은 대선을 앞두고 젠더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윤 후보와 진보성향 이재명 후보는 부동층으로 꼽히고, 젠더로 갈라진 20대 유권자를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이날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 자료를 인용해 한국 여성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지적했다. 노동에서의 여성 역할과 영향력을 조사해 집계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0년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38개국 중 29개국이 조사 대상이었는데, 한국은 29위로 꼴찌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이 여전히 가족이나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본과 한국이 하위 두 자리를 채웠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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