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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각] 尹 대선 광고 유감...면접에서 떨어진 남자 “이게 불공정이다”

이대남 겨냥해 여성혐오 부추기는 ‘성별 갈라치기’
채용과정서 여성차별 만연한 현실마저 왜곡

  • 기사입력 2022.02.20 21:03
  • 최종수정 2022.08.04 23:04

우먼타임스=한기봉 편집인

지난 15일 유튜브에 공개된 윤석열 후보의 1분짜리 TV 광고 ‘국민편’은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습니다. 국민의 삶이 같이 무너졌습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어두운 생업의 현장 모습과 한숨 쉬는 국민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더니 화면은 뜬금없이 신입사원 면접시험장으로 옮겨간다.

세 명의 면접관 앞에 세 명의 청년 지원자가 앉아있다. 여성 한 명과 남성 두 명이다. 면접관이 질문을 하자 여성이 밝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 옆의 남자는 박탈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그 여성을 바라본다. 그 순간 자막에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세우라고…’라는 글자가 뜬다. 남성이 가슴의 수험표를 떼어내고 좌절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뒤이어 “국민은 윤석열을 불러냈고”라는 내레이션과 윤 후보 홍보 장면들이 나온다.

윤석열 대선 후보 TV 광고  화면.
윤석열 대선 후보 TV 광고 화면.

윤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댓글 속에서 하나의 댓글을 봤다.

“실제 면접 때 조작당하고 떨어지는 건 여자인데, 남자가 여자 때문에 떨어지는 이 컨셉은 도대체 뭐지? 현실과 거꾸로 설정해 놓고서 이게 무너진 공정과 상식이라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옴”

여성이 입사 시험에서 받는 차별은 수없이 ‘현실’로 증명됐다.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성적이 좋은데도 탈락시켜 인사관계자가 사법처리를 받은 곳만 해도 킨텍스, 서울교통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대한석탄공사,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수도 없다.

그런데 이 광고는, 그것도 대통령으로 뽑아달라는 사람의 선거 광고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의도는 무얼까. 선거대책본부에 영입된 그 유능한 광고 전문가들이 진정 이런 현실을 몰라서일까.

속이 빤히 보인다. ‘남성=피해자’라고 주입하는 의도가 선명하게 읽힌다. 우리 사회에 남녀차별은 없다고 주장해온 윤 후보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고, ‘이대남’을 가엾게 여기고 남녀를 갈라치는 데 몰두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시각이다.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 측이 내놓은 해명은 더 이해가 안 된다. 이 당의 선거대책본부 장예찬 청년본부장은 이렇게 해명했다.

“TV 광고에서 절망한 표정으로 면접장을 나온 청년은 빽없고 힘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다. 옆자리는 부모 찬스로 입시와 취업하는 내로남불 기득권의 자녀들을 말한다.”

기가 찬다. 그럼 남자 대 남자로 설정하거나 광고 속에 그런 힌트를 주든지 하면 이해가 될 텐데, 이 광고는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여자 때문에 남자가 피해를 본다는 컨셉이다. 밝게 웃는 여성 지원자가 며칠 전 채용비리 유죄가 확정된 김성태 국민의힘 의원의 딸을 말하는 거라면 이해가 되겠다. 이런 변명을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직하게 말할 용기는 없나 보다.

한 가지 또 이상한 건 광고 속 세 명의 면접관 중 두 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 역시 의도가 숨어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 어느 회사치고 신입사원 면접장에서 여성 면접관이 더 많은 곳은(아마 패션이나 화장품 회사는 그럴지 몰라도) 없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남녀를 갈라치면서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이런 선거 전략을 왜 버리지 못하는 걸까. 이대남의 ‘울분’을 이런 식으로라도 달래주면 정말 득표에 유리한 것일까. ‘이대녀’도 있고 동조하지 않는 ‘이대남’도 있을 텐데, 선거 프로들의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것이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음 대선 때는 성별 갈라치기가 선거전략으로 등장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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