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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괴롭힘 ‘사이버 불링’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김인혁 선수, BJ잼미, 사이버 불링의 피해자
사이버 불링은 폭력이자 범죄

  • 기사입력 2022.02.15 22:54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최근 프로 배구 김인혁 선수와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BJ잼미(본명 조장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의 심각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사이버 불링은 가상공간을 뜻하는 ‘cyber’와 약자를 괴롭힌다는 뜻의 ‘bullying’이 합쳐진 용어로, 이메일이나 휴대폰,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사이버 불링은 상대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적대적 언어로 상처를 주는 언어폭력, 경멸적이고 진실이 아닌 정보를 퍼뜨리는 명예훼손, 폭행 동영상 유포, 사이버 따돌림 등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김인혁 선수와 스트리머 잼미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은 언어폭력, 즉 악성 댓글이 꼽힌다. 김인혁 선수는 생전 자신의 SNS에 “수년 동안 절 괴롭혀 온 악플들 이제 그만해주세요, 버티기 힘들어요”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잼미 유족들도 “그동안 수많은 악성 댓글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었고 그것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인이라 사이버 불링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이버 불링은 직장인이나 학교 등 집단생활을 하는 곳 어디서든 일어나고 누구에게나 노출되어 있다. 또 그 정도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악플 사망사건과 관련, 에브리타임과 대학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이버불링 혐오표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악플 사망사건과 관련, 에브리타임과 대학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이버불링 혐오표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2018년 1만5926건에서 2019년 1만6633건으로, 2020년에는 1만9388건으로 늘어났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2018년 43.1%, 2019년 54.7%, 2020년 65.8%로 3년 연속 피해가 증가했다.

폭력 유형으로는 ‘언어폭력’이 가장 많았고, 이외에도 명예훼손, 스토킹,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 등 매우 다양하다. 

사이버 불링 피해 시 대처 방법은

사이버 불링은 폭력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더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형태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식으로 피해를 보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최대한 많이 모은 뒤 지원단체를 찾아 함께 대응하는 것이 좋다.

성적인 모욕 등의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곳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밖에는 본인의 조건에 따라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는 지원 창구가 다르다. 

학생이고 학교 내에서 친구들에게 당하면 학교에서 절차를 통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게임상에서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면 게임 내 신고센터에 문의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인인 경우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고, sns 등에서 사이버 불링을 당하면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학생도 아니고 성적 폭력도 아니면 경찰에서 사인 간의 시비처럼 다뤄질 수 있어 증거를 최대한 확보한 뒤 경찰에 찾아가서 형사고소 또는 변호사와 민사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불링 종류에 따라 적용되는 법도 다르다. 단톡방 내에서 악성 댓글 등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성적인 괴롭힘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아동을 상대로 하면 아동복지법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서 대표는 “사이버 불링을 당했을 때 증거확보와 더불어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창구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할 것인지 본인의 니즈를 체크하고 그게 맞는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사이버 불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부와 국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20대 국회 때 사이버 불링과 관련한 두 개의 악플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임기 만료되면서 법안이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악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후속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서 대표는 “사회적으로 아직 사이버 불링이 심각한 폭력이고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말고, 사이버공간에서 집단적 괴롭힘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피해자에게 좌절감이나 불안감,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유발하고,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시킴으로써 정신적 트라우마를 발생시킨다”며 “더 나아가 피해자들이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만들기 때문에 범죄로 인식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J잼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사이버 불링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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