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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각] 윤 캠프에 제 발로 갔다가 제 발로 나온 신지예

신지예, 윤 캠프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 사퇴

  • 기사입력 2022.01.03 14:26
  • 최종수정 2022.01.03 23:31

우먼타임스 = 천지인 기자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의 대표적 강성 인물인데도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에 간 신지예(31)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많은 논란 끝에 결국 스스로 걸어나왔다.

지난해 12월 20일 윤 후보의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영입된 지 두 주 만이다. 신씨는 그러나 3일 사퇴를 발표하면서도 새시대위원회에 남아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수석부위원장 사퇴는 물론, 더 이상 위원회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실상 내쫒긴 것으로 봐야 한다. 신씨를 깜짝 영입한 김한길 새시대위원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신씨가 새시대위에 전격 합류하자 이준석 대표가 공개 반발하고, 이 대표의 지지층인 이대남(20대 남성)들이 신씨 영입을 비난하면서 당안팎에서도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들이 나오자 신씨가 거취를 결정한 것이다. 신씨는 표면적으로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다는 이 대표를 거론하면서 사퇴했다.

윤석열 후보가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신씨를 영입한 배경은 2030 여성 유권자를 향한 추파였다. 그러나 윤 후보는 신씨가 사퇴하자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다.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신씨를 버리면서 반페미니즘 정서가 강한 일부 2030 남성들에게만 올인하겠다는 대선 전략을 공식화한 셈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빨간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빨간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신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로지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다짐 하나로 새시대준비위원회에 들어왔다. 권력형 성폭력을 저지르고, 2차 가해를 일삼는 무리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 일만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진보 진영에서는 저를 변절자라 욕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저를 페미니스트라며 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온 저에게 더 강한 저항은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 사퇴하라는 종용이 이어졌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이 대표의 조롱도 계속됐다. 윤 후보 지지도 하락이 모두 저 때문이라 한다. 신지예 한 사람이 들어와 윤 후보를 향한 2030의 지지가 폭락했다고 말한다.”

“제가 먼저 나서겠다. 자리를 내려놓으며 정권교체를 위한 조직 쇄신이 필요함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저는 오늘 선대위 직을 내려놓지만, 어디에 있든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윤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되셔서 N번방 방지법 만들어 주시고, 성폭력 무고죄 법안 공약 철회해 달라. 부디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신 약속, 꼭 지켜 달라.”

(신지예씨 페이스북 캡처)
(신지예씨 페이스북 캡처)

그동안 윤 후보 선대위 안팎에서는 신씨에 대한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이 이어져왔다. 신씨가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고,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의 빌미가 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여명 선대위 청년본부장은 지난달 25일 “신지예라는 개인의 한 표를 얻은 대신 당은 2030세대와 중도층의 많은 표를 잃었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에 이어 신 부위원장의 영입은 우리가 페미니즘에 치우친 정당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반발하며 청년본부장에서 사퇴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신씨와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의 영입을 비판해왔다.

실제로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20대 남성의 표심이 역전돼 이재명 민주당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3일 발표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12월 5주 차 주간 집계 결과를 보면 20대(18, 19세 포함)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3.6%, 윤 후보는 28%로, 이 후보가 처음으로 앞섰다. 지난주와 비교해 이 후보 지지율은 3.3%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는 6.6%포인트나 빠졌다.

신씨 영입이 빚은 갈등은 국민의힘과 신씨 모두를 패자로 만들었다. 국민의힘은 2030 젊은 유권자 집단에서 이준석 당 대표가 대변하는 반 페미니즘적 남성 그룹만 배려하고 여성은 통째로 버리고 간다는 전략을 다시 한번 공식화한 셈이 됐다. 젊은여성들은 더 확실하게 국민의힘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신씨의 국민의힘 행에 대해 여성계는 우호적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신씨는 그의 지지층에게 묻지도 않고 말 그대로 혼자 국민의힘으로 갔다. 그 정당 안에 신씨의 우호세력은 없었고 그를 지지하는 계층이 따라 간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사퇴는 예견된 일이었다.

신지예씨는 이번 일로 '2030 여성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란 상징에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페미니즘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국민의힘 행을 택할 때부터, 미투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성범죄 무고죄 신설을 주장한 윤 후보에게 갈 때부터, 신씨는 자신을 키워준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란 이름표를 버린 것이었다.  그의 주장대로 윤 후보가 과연 이 후보에 비해 친여성적 후보인가 라는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신씨의 사퇴에 대해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제라도 잘 나왔다”, “그럴 바에 왜 국민의힘에 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야심을 가졌다가 안 풀리니까 태도를 바꾼 게 아니냐” 등등이다.

올해 31세인 신씨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녹색당 비례대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녹색당),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무소속) 등의 정치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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