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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는 웹툰·애니메이션인데…성차별 표현 가득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평등 미디어 포럼 진행
특정 신체부위 부각, 이성 몸매 품평 등 심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성 제시 

  • 기사입력 2021.12.09 23:02
  • 최종수정 2021.12.10 13:42

“OO야, 오빠도 너 때리기 싫어, 그러니까 이제 맞을 짓 그만하고 말 들어, 응?“ ”OO년, 반반하게 생기긴 했네“

아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웹툰 등에 나온 대사다. 이밖에도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인 요소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의 성차별 사례. 여성에 대한 폭력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했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웹툰의 성차별 사례. 여성에 대한 폭력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했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 2일 ‘젠더 관점으로 본 아동·청소년과 미디어, 그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성평등 미디어 포럼을 진행했다. 아동·청소년들이 주로 보는 온라인·방송 콘텐츠에 대해 성인지 관점에서 모니터링한 결과다.

이날 서울YWCA가 발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웹툰 분석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매체는 웹툰과 유튜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3~9세 어린이 94.8%는 유튜브를 이용한다. 또 2019 만화 산업백서에 따르면 15~29세 청소년 24.5%는 ‘거의 매일’ 웹툰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렇게 아동·청소년들이 매일 접하는 미디어에서 성차별적 고정관념, 성적 대상화, 젠더 기반 폭력, 외모에 따른 차별, 성차별적 의도의 비하·차별 표현 등이 사용되고 있었다. 

◇ 주요 웹툰·애니메이션, 성적 대상화 심각 

네이버, 다음, 카카오페이지 등 상위 5개 플랫폼의 영향력에 따라 플랫폼 별 상위 50편의 웹툰을 정해 총 989회차를 분석한 결과, 성평등 사례는 단 1건(0.1%)인 반면 성차별 사례는 110건(11.1%)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성차별 사례의 경우 성적도구화(대상화)사례가 46%로 가장 많았다. 여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문제는 매우 심각했고, 액션(무협) 장르에서 성적도구화 빈도가 높았다. 

‘성적 도구화’ 사례는 총 51건으로 과장된 포즈와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해 묘사하는가 하면, 여성을 남성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표현하고, 남성 권력에 대한 보상과 소유 가능한 객체로 묘사했다. 

‘성차별적 의도의 비하·차별 표현 사용’은 20건으로, OO녀·몰카녀를 비롯한 욕설 등 여성혐오적인 표현 사용이 많았다. 

‘젠더 기반 폭력 부각·강조’는 17건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흥미유발을 위한 소재로 이용했으며, 성폭력을 여성을 지배하는 방법으로 묘사했다. 또 온라인 그루밍 등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문제를 희화화 했다. 

마지막으로 ‘외모에 대한 차별’은 6건으로 외모를 기준으로 존재 가치를 평가하고, 외모 비하와 혐오 발언, 평가의 주체와 객체로서의 권력관계를 강조하는 식이었다. 

애니메이션 분야도 비슷했다. 젠더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성적대상화 내용이 주를 이뤘다. 87편의 애니메이션에서 성평등 사례는 6건뿐이었고, 성차별 사례는 46건이나 됐다. 

가사와 돌봄을 하는 엄마, 경제활동을 하는 아빠 등 전통적인 성역할을 수행하는 부모를 재현하거나 문제해결방식과 행동 특성을 통해 성별고정관념을 심어주는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웹툰의 성차별 사례. 밀착된 복장으로 몸매를 부각하거나 성적 판타지를 반영하는 복장을 입고있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웹툰의 성차별 사례. 밀착된 복장으로 몸매를 부각하거나 성적 판타지를 반영하는 복장을 입고있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또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하거나 밀착된 복장으로 몸매를 과도하게 부각하는가 하면 성적 판타지를 반영하는 복장, 상황에 맞지 않는 복장으로 속옷이나 신체를 노출하기도 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도 심각했다. 탁틴내일이 조사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채널의 72개 영상 중 36개(50%)의 영상에서 400개의 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었다. 심한 경우 한 영상에 90회 이상의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표현된 성차별적 요소로는 성적대상화(41.5%)가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상의 탈의한 남성 또는 영상 속 외국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자랑하는 영상을 보며 사람의 몸을 전시하고 평가하는 내용 등이다.   

성차별 유튜브 아동 청소년 등장채널 사례중 성적 대상화 예시.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차별 유튜브 아동 청소년 등장채널 사례중 성적 대상화 예시.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그 다음으로 성희롱 및 성폭력적 장면(37.8%), 성별 고정관념 강조(10.5%), 외모 지상주의(8.7%), 특정 성 비하(1.5%) 순이었다. 

이같은 영상들은 흥미를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성차별적 언행에 대해 가볍게 다루는 내용이 주를 이뤄 아동·청소년에게 왜곡된 성가치관을 전달하고 있었다.  

김예리 서울YWCA 여성운동국 부장은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며 “표현의 자유보다 공적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콘텐츠 윤리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콘텐츠 소비자·제작자 모두 리터러시 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노력과 더불어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유신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연구원 “지금 시대는 스마트 기기가 아동의 삶의 중심”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댓글은 아동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중요한 인관관계이며, 사회화의 기본이 된다”고 설명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어린이 스스로가 바람직한 미디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전 세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아동권리의 기본이다”고 말했다. 

콘텐츠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청소년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라며 “콘텐츠 제작 역량이 충분치 않으면 자연스레 원초적인 자극이 커진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보하면서도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에 대해 교육하고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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