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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각] KBS보고 ‘오징어게임’을 만들라는 의원님들

  • 기사입력 2021.10.15 23:51
  • 최종수정 2022.08.04 23:08

우먼타임스=한기봉 편집인

넷플릭스가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 ‘더 클로저’를 공개했다. 제작비는 2410만 달러(286억 원)가 들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트랜스젠더를 비하한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블룸버그통신은 14일 ‘더 클로저’가 돈값을 하지 못한다면서 뜬금없이 ‘오징어게임’을 언급했다.

그리 큰 제작비를 쓰지도 않고도 초대박을 떠뜨린 ‘오징어게임’은 이제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다른 콘텐츠의 가성비(제작비 대비 시청률)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9부작 ‘오징어게임’의 회당 투자비는 238만 달러(28억 원)로 추정된다”면서 “넷플릭스의 유명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의 800만 달러(95억 원), ‘더 크라운’의 1000만 달러(119억 원)와 비교해 현저하게 적은 비용이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징어 게임’이 1억1100만 구독 가구의 선택을 받아 넷플릭스 역대 흥행 1위작인 영국 드라마 ‘브리저튼’ 기록을 깼다고 발표했다. 브리저튼은 8200만 가구가 시청했다. ‘오징어게임’은 지난달 17일 선을 보인 후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는 97개 국에서 1위에 올랐다.

BTS와 블랙핑크의 K팝과 함께 ‘미나리’에 이은 K드라마, K컬처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 자부심 때문에서일까.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KBS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런 ‘특별한’ 질의가 나왔다. 아니 질의라기보다는 질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피감기관인 양승동 사장에게 “왜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으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는데 KBS가 그런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질문한 의원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넷플릭스와 KBS를 비교하다니 의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투자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사기업이다. 매 게임마다 수많은 사람이 총살당하고 피가 퍽퍽 튀는 콘텐츠를 공영방송이 만들어 내보내라고?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미국의 공영방송 PBS가 이런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던가?

KBS는 대중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팔아서 돈을 벌라고 만들어진 방송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나이와 빈부와 신분의 차이 없이 평등하게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다. 그래서 공정하고 건전해야 한다고 방송법에 나와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KBS에 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 하나다. “공영방송의 공영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다.

아마도 ‘오징어게임’의 국제적 성공에 취해 공영방송의 존립 목적을 착각했나 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징어게임' 옷을 입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징어게임' 옷을 입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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