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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인 그놈, 밖에서 돌아다녀”…데이트폭력 더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피해자 엄마, 국민청원 올리고 딸 신상‧CCTV 공개
수상 인명 구조 자격증 있는 가해자, 폭행 후 방치
데이트폭력 매년 증가, 지난해 최소 97명 살해당해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 가해자 처벌 강화돼야

  • 기사입력 2021.08.27 23:11
  • 최종수정 2021.08.30 09:06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20대 여성의 엄마가 자신의 딸 신상과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청와대 국민청원과 TV에 공개했다. 26살 황예진. 더 이상 딸과 같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데이트폭력을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데이트폭력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데다, 처벌 수위도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故 황예진씨 어머니는 딸의 신상과 범죄가 일어난 CCTV 영상을 SBS에 공개했다. [사진=SBS뉴스 캡처]
故 황예진씨 어머니는 딸의 신상과 범죄가 일어난 CCTV 영상을 SBS에 공개했다. [사진=SBS뉴스 캡처]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데이트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이전에 다툼이 있었는지 황씨가 남자친구의 머리를 잡아챘으나 금방 남자친구에게 제압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남자친구가 황씨를 벽으로 수차례 밀치자 황씨는 맥없이 쓰러졌다. 

이후 정신을 차린 황씨는 남자친구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폭행이 계속되었다는 주장이다. 다시 CCTV 화면에 등장했을 때 황씨는 축 늘어진 상태였고, 남자친구가 황씨를 엘리베이터에서 끌어 내렸고 바닥에 내려놨다. 

남자친구는 의식을 잃은 황씨를 두고 119에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가 응급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간 유족은 정신을 잃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딸을 마주하게 됐다. 황씨는 3주 후 숨졌다. 

법원은 도주 가능성이 낮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살인의 고의성 확정이 어렵다고 상해치사 혐의를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황씨의 어머니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며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 데이트 폭력 가중 처벌법 신설을 촉구했다. 그리고 26일 SBS를 통해 자신의 딸의 신상과 남자친구와 싸우다 쓰러진 장면을 공개했다.

어머니가 올린 청원 내용이다. 

故 황예진씨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故 황예진씨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사랑하는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낸 엄마입니다. 한줌 재로 변한 딸을 땅에 묻고 나니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억지로 기운을 내서 글을 씁니다”

“제 딸을 사망하게 만든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입니다. 가해자는 딸의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습니다.”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심장만 강제로 뛰게 한 뒤 인공호흡기를 달아 놓았습니다. 딸은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습니다. 불구속 수사라고 합니다. 가해자는 병원은커녕 장례식에 와보지도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운동을 즐겨 하며 수상 인명 구조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입니다.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수상 인명 구조 자격증이 있다면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을까요? 구조 노력을 하기는커녕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인이라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보면 곧바로 119신고부터 하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가해자가 말하는 폭행 사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둘의 연인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게 사람을 때려서 죽일 이유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가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마음껏 진술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제 딸은 이제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제 딸은 너무나도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억울함을 호소할 수가 없습니다. 부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주시고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이번에도 또다시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또 다른 이가 생겨나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입니다.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곧 살인과 다름없습니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합니다. 더불어,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합니다. 더 이상 예진이와 같은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매년 증가하는 데이트폭력
지난해 97명, 지난 12년간 최소 1072명 사망

통계청의 심층통계분석 계간지 KOSTAT 통계플러스 2020년 가을호에 실린 ‘데이트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데이트 폭력은 2017년 1만4136건, 2018년 1만8671건, 2019년 1만9940건으로 2017년 대비 2019년에 41.1%나 증가했다. 

데이트폭력 발생 현황(2017~2019)[표= KOSTAT 통계플러스 2020년 가을호에 실린 ‘데이트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
데이트폭력 발생 현황(2017~2019)[표= KOSTAT 통계플러스 2020년 가을호에 실린 ‘데이트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

‘데이트폭력’은 친밀한 관계 혹은 연애 관계에 있는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을 말한다. 

데이트폭력의 유형은 살인에서부터 성폭력, 폭행·상해, 경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19년 검거된 사건의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7003명(71.0%)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경범 등 기타가 1669명(16.9%), 체포·감금·협박 1067명(10.8%), 성폭력 84명(0.8%), 살인 35명(0.3%)의 순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2018년 경기도의 만19~69세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관계에서 연인에게 최소 1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경우는 과반수인 54.9%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듯이 데이트폭력 또한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살해하거나, 데이트폭력으로 구속된 남성이 출소 직후 보복 범죄를 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97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31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표=한국여성의전화]
2020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표=한국여성의전화]

또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7명에 달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072명이다.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2038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2514명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1.6일마다 1건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사건이 보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여성의전화가 분노의 게이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2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여전히 공식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데이트폭력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적인 문제로 여기는 등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이렇다.

“얼굴 공개하고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

“데이트폭력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 안 된다. 살인죄 적용해라”

“이번 사건은 데이트폭력을 넘은 살인사건이다”

“재발방지를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피해자와 같은 또래 두 딸의 아빠로서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

“폭력은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폭력으로 피해자나 가해자가 인생이 무너질 수 있음을 고지하는 차원에서 어떠한 폭력이든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하는 규례를 만들어서 법의 규제를 강력히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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