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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짚기] 아직도 깨기 힘든 유리천장…그래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상장법인 10곳 중 6곳 여성 임원 0명
여성 임원 비율 5.2%, OECD의 5분의 1 수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늘고 있어

  • 기사입력 2021.08.06 17:56
  • 최종수정 2021.09.15 11:05

우먼타임스 = 천지인 기자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은 일명 ‘유리천장 깨기 법’으로 불린다. ‘이사회 성별 특례조항’이 신설돼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은 특정 성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게 했다. 이사회에 적어도 여성 1명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법 시행은 아직 1년 남았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페널티는 없다. 그래도 이 법이 효력을 발휘했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 152곳 중 여성 등기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한 기업은 152개 중 절반이 넘는 85개(55.9%)였다. 여성 등기임원은 법 통과 이전인 2019년 31명에서 올해 9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선진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여성 임원은 턱없이 적다. 올해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25.6%다. 우리나라는 올해 5.2%다. OECD 평균의 5분의 1 수준이다. 2019년에는 4.0%, 지난해는 4.5%였으니 늘기는 늘었다. 이웃 일본은 10.7%, 가장 높은 국가는 프랑스로 43.3%다. 유럽은 대체로 30% 수준이다. 미국은 28.2%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부터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임원 성별을 조사하는데 그 결과가 5일 나왔다.

국내 상장법인 2246곳의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은 1668명이었다. 10곳 중 6곳(63.7%)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남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없었다. 여성 임원 비율이 50% 이상인 ‘성평등 기업’은 8개에 불과했다. 여성은 근로자 244명당 임원 1명이고 남성은 39명당 1명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6.3배 가량 임원이 되기 더 어려운 것이다.

OECD 여성 임원 평균을 넘는 기업은 대교(9명, 34.6%), LF(11명, 31.4%), 한미약품(13명, 26.0%) 등 3곳에 불과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23.9%), CJ제일제당(23.2%), LG생활건강(18.8%) 등의 순이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 중에는 7명 임원 중 여성이 2명(28.6%)인 카카오가 유일했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60명이지만 비율은 5.6%밖에 안 된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자본시장법 개정]

내년 8월에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된다. 적어도 겉으로는 한국 기업들도 유리천장 깨기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지난해 초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동기는 세계 10위권 경제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2%대에 머문 여성 임원 비율이었다.

법안 통과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사회 3분의 1 이상을 여성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발의됐지만, ‘3분의 1’ 조항이 ‘최소 1명’으로 줄었다.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했던 것도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으로 축소됐다.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권고사항으로 바뀌었던 조항은 막판에 2년 유예를 두되 의무화하는 수정안으로 최종 통과됐다.

그래도 이 법은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여성 임원의 숫자 자체보다 성평등한 조직문화, 기업문화의 정착을 촉진해 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여성 임원의 존재 자체보다 ‘다양성’이 기업의 혁신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기업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 경영 분위기가 국내 기업에 조성되면서 여성 임원 선임은 소비와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더욱 중요해졌다. 투자사들이 여성 임원을 투자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국내 상장사 170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근 연구를 보면 5년간 여성 관리자가 늘어난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이 비교 기업보다 평균 2배 이상 높았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우머노믹스(Womenomics) 5.0 보고서’에서 한국 노동시장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이뤄진다면 국내총생산(GDP)이 14.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2월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유리천장을 깬 여성1호 간담회' (여성가족부)
2014년 2월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유리천장을 깬 여성1호 간담회' (여성가족부)

[선진 외국 현황]

2000년대 들어와 미국와 유럽국들은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여성 임원에 주목했다. 각종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게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을 30~40%까지 맞출 것을 권고했다. 덴마크는 2000년 국유기업부터 이사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2003년 노르웨이는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을 최소 40%로 의무화하는 할당제를 도입했다.

독일은 10여 년의 논의 끝에 지난해 말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했는데 이사회 임원이 3명 이상, 직원 2000명 이상의 상장사는 임원 중 3분의 1을 반드시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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