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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수 사상 검증은 반페미에 머리 숙인 일부 기업과 정치권 탓이다”

여성·노동단체들 안산 선수 사상 검증에 대해 경고
민주노총까지 나서 비판 성명 발표
“일부 기업이 남초 커뮤니티의 항의에 굴복한 게 여혐의 원인 제공”

  • 기사입력 2021.08.03 23:02
  • 최종수정 2021.08.04 08:38

우먼타임스 = 천지인 기자

도쿄 올림픽에서 3관왕이 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남성 커뮤니티의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에 대해 여성단체는 물론 노동·시민단체들까지 경고를 보냈다.

이들은 특히 이런 사상 검증이 퍼지게 된 것은 반페미니스트 남성들의 억지 주장을 GS25와 게임업계 등 일부 기업이 수용하고 그들에게 사과한 것이 빌미를 제공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또 정치권이 이런 분위기를 틈타 페미 논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29개 여성단체는 30일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라는 한국 사회, 누가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홈페이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홈페이지.

[논평 전문]

“최근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여성혐오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 발언과 공격을 일삼고 있다. 그들이 안산 선수에 가하는 공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숏컷을 했다. 페미니스트다.”, “숏컷에 여대까지. 페미니스트가 확실하다.”, “‘웅앵웅’, ‘오조오억’등의 표현을 썼어? 남성 혐오다.”, “안산은 금메달 반납하고 사과해야 한다.”

‘숏컷이라서’, ‘페미니스트라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2021년 한국사회의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즘의 정의를 ‘남성혐오’라 왜곡하고, 특정 외모표현(숏컷)을 가지고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찍고 억압하려 하며, 성차별적인 괴롭힘을 일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억지 주장과 생트집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기업, 국가기관, 정치권, 언론들이 억지 주장에 동조하고 이를 이용한 결과, 여성 개개인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게 되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같은 정치인들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20대 남성의 투표 행태에만 주목하고 연일 반페미니즘을 내건 발언을 하며 성평등 정책을 흔들고 공론장을 어지럽혔다. 정치권이 나서서 젠더정책을 ‘여성우대정책’으로,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로 왜곡하는 동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는 홍보물 이미지에 사용된 특정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의 상징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주장은 다시 정치인들에 의해 옹호되었고 경찰청, 국방부, 전쟁기념관은 ‘말도 안되는 문제제기’라 반박하는 대신 사과를 하고 이미지를 교체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떤 사태를 마주했는가.

이 온라인 괴롭힘은 안산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페미니스트 여성 전체를 위협하는 일이다. 남초 커뮤니티는 언제든지 여성들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여성의 자기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정치·사회·문화·체육·예술 활동 등을 위협하고 있다. 온라인 일부 공간에서 남성이 자기 위안과 유희의 도구로 페미니즘 탓하고 공격하는 것을 정치가 이용했고 사회가 받아준 결과이다.

여성혐오 정서를 적극적으로 조장하여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정치인과, 여성혐오를 시대 흐름으로 오인하고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나는 페미니스트 아니야’, ‘나는 페미니즘 반대해’, ‘젊은 남성들이 공정한 사회 만들어야지‘라고 열심히 주장했던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지금 이 사태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합리적 사고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성별·성적지향·성별정체성·나이·학력·직업·장애 등 그 어떤 것도 차별의 사유가 되지 않는 사회, 어떤 정체성을 갖든 동등한 시민으로서 정치적·사회경제적·문화적 권리를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바로 그런 사회가 기성정치인들이 말로만 뇌까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실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로 한 발 한 발 견인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에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낙인과 여성혐오의 확산 책임은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있다. 여성혐오를 포함해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에 기생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를 멈추고 이 사태에 대해 제대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까지 나서 29일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전문]

“승패를 떠나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연대와 평화를 염원하는 올림픽 정신을 계승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올림픽 선수단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에 빠져 있는 시기에, 인류가 나아갈 길이 전 지구적 연대와 상생이라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기 바랍니다.

민주노총은 온라인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산 양궁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페미니스트 사냥 행태에 대해 심히 우려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공간의 폭력은 ‘숏컷은 페미니스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시작이었다고 여겨지나, 그 기원은 최근 GS25의 손가락 모양 페미 논쟁에서 반페미니스트들의 억지 주장에 일부 기업들이 동조한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게임업계를 비롯한 디지털 창작공간에서 페미니스트 사상검증으로 인해 여성들을 일자리에서 내쫓은 사례들이나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집단적인 사이버폭력이 용인되었던 사례들이 혐오집단에게 성취의 경험으로 누적되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은 올림픽금메달리스트에 대한 태도가 예우와 환호였던 전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성차별적이고 억지스럽습니다. 숏컷과 세월호 추모배지 장착에 대한 지적을 넘어 페미니스트니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주장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한양궁협회를 비롯한 대한체육회는 지금 안산 선수가 겪고 있는 폭력이 그동안 체육계 내에서 일어났던 성차별과 성폭력의 확장판임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양궁협회는 선수 선출 과정에서부터 훈련, 대회출전까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같은 협회의 노력은 올림픽에서 여성단체전 9연패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간 양궁협회가 얻어온 명성에 걸맞은 대응을 보여줄 것을 요구합니다. 특정 집단의 비상식적 공격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이러한 준동은 정치권의 책임도 있습니다. 최근 여야를 비롯해서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억지주장에 편승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오며 젠더갈등을 부추긴 정치인들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입니다. 누구도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더이상 일자리에서 내쫓기거나 자신의 노동과 노력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부정당해서는 안됩니다. 숏컷이 페미니스트 검증의 도구가 되는 것도 터무니없거니와 어떤 두발과 의상을 비롯한 외모가 누군가의 정체성을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안산 선수의 거침없는 활시위에 한 번 환호했고, 그가 보여준 당당한 모습에 두 번 환호했습니다.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청량한 위로가 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단 모두의 안전하고 멋진 경기 진행을 기원합니다.”

한편, 안산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 주세요’, ‘악플러들을 처벌해 주세요’ 라는 등의 제목을 단 글이 수천 건 게재됐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에 안산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글들이 수천 건 올라왔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에 안산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글들이 수천 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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