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 김소윤 기자
1학년 사관생도의 이성교제를 전면 금지하고 교제를 이유로 징계를 한 해군사관학교의 행태는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간 관련 징계를 받은 생도는 47명에 달한다.
인권위는 최근 해군사관학교가 2020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학년 생도의 이성교제 금지규정 위반을 이유로 47명의 생도를 징계한 것은 이들의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군사관학교장에게 관련 징계를 모두 취소하고 사관생도 생활예규에 규정된 1학년 이성교제 금지 및 징계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해군사관학교의 한 생도는 인권위 측에 ‘해군사관학교가 이성교제 금지규정과 이를 어겼다고 생도를 징계했는데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다’라는 내용을 진정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해군사관학교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진신고‧제보를 통해 1학년 이성교제 금지 규정 위반 정황을 확인했고, 올해 1월까지 47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를 받은 이들은 11주 또는 14주의 장기근신 처분을 받았고, 올해 3월 졸업한 생도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해군사관학교 측은 1학년 생도의 생도생활 조기 적응과 강요에 의한 이성교제로부터의 1학년 생도 보호, 상급학년 생도의 1학년 지도·평가 시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1학년 이성교제 금지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권위는 해당 금지 조항은 학교 밖에서의 사적인 만남 등 순수한 사생활 영역까지도 국가가 간섭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강압에 의한 이성교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규정이 예규에 이미 존재하고, 상급학년생도에 대한 하급학년 생도의 ‘공정성 평가’ 비중 확대 등 대안적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데도 1학년 이성교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생도들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끼칠 수 있는 조항인데도 이성교제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사관학교와 비교해 무조건 중과실 처분을 하는 점 역시 비례원칙에 반한다는게 인권위는 판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1학년 이성교제 금지규정 자체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인 이상, 이 규정에 따른 징계처분 또한 피해자들의 행복추구권(자기운명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라며 “피해자들의 피해를 원상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