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제는 타투를 허하라” 깊게 판 등에 타투 그린 류호정 의원

국회 앞마당에서 타투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
류 의원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 국회 심의 앞둬
“타투는 표현의 자유이자 국민의 기본권”
류 의원,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다”
현행법상 타투는 의료인만 시술 가능

  • 기사입력 2021.06.17 00:14
  • 최종수정 2021.06.17 17:45

우먼타임스 = 천지인 기자

한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문신이 (의사가 시술하지 않는 한) 불법으로 규정된 국가다. 타투를 '패션' '표현' '예술'의 영역으로 보는 현실에 맞춰 이를 개정하기 위한 노력이 국회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매번 폐기되고 말았다.  의사들의 반발도 컸다.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아무튼 타투 불법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본청 앞 잔디밭에 나타났다. 등이 허리까지 깊게 파인(백리스)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민주노총 타투유니언 등 타투업계 관계자들을 대동한 채 회견을 했다. 등에는 다양한 문양의 보랏빛 타투가 그려져 있었다. 영구적 문신은 아니고 뗄 수 있는이타투스티커다. 유명 타투이스트 밤의 작품이라고 한다. 자신이 대표발의한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 시위였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6일 국회 본청 앞 잔디밭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6일 국회 본청 앞 잔디밭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 의원은 유명 타투이스트 밤이 그린 타투스티커를 등에 붙인 채 기자회견을 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지난해 8월 분홍색 계열의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면서 복장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21대 국회 최연소(만 28세,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 의원이 다시 한 번 파격적 옷차림으로 이목을 끌면서 입법 운동을 한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그림과 멋진 글귀,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타투는 아직도 불법이다. 제가 태어나던 해(1992년) 사법부가 그렇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30년 전 대법관들의 닫힌 사고방식은 2021년 대한민국의 기준이 되기에 너무 낡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타투는 그 사람의 외모다. 헤어와 메이크업, 패션, 피트니스와 본질적으로 같다”며 “나를 가꾸고, 보여주고 싶은 욕구는 사사로운 ‘멋부림’이 아니라, 우리 헌법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타투를 옹호했다.

류 의원은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한 일반의 시선을 예상한 듯 “오늘 국회 경내에서 낯선 풍경을 연출했다. 누군가는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하는 게 아닐 텐데’라고 훈계하겠지만,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거 맞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문화적 편견에 억눌린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 반사돼 날아오는 샌드백이 국회의원 류호정의 역할”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는 류호정 의원. (류호정 의원실 제공)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는 류호정 의원. (류호정 의원실 제공)

류 의원은 “저는 지난 6월 11일, ‘타투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시민의 타투할 자유를 보호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며, 타투이스트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법안이다”며 “세계 으뜸의 ‘K-타투’ 산업의 육성과 진흥은 국가의 의무이며, 1300만 타투인과 24만 아티스트를 불법과 음성의 영역에서 구출하는 것은 국회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개성 넘치는 타투인들과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섰다”며 “혹시 보기가 불편하다 생각하셔도 괜찮다. 그런 분들도 나의 불편함이 남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히 박탈할 근거가 된다고 여기진 않으실 거라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회 보건복지위의 차례”라며 자신이 발의한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11일 류 의원이 대표발의자가 돼 국회 복지위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타투업법은 타투이스트의 면허와 업무 범위, 타투업자의 위생관리 의무, 정부의 관리·감독 등을 규정함으로써 타투업을 합법화하는 것이 골자다. 정의당 의원 전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전용기·유정주, 국민의힘 최승재, 무소속 홍준표 의원 등 12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류 의원은 발의에 필요한 10명 의원을 모으기 위해 홍준표 의원 등 눈썹 문신을 한 다른 당 의원 등을 설득했다고 한다.

타투를 합법화하자는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도 여러번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현행법상 타투시술은 의료 행위에 속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하는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현재 국회에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문신사법안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의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이 발의돼 있다. 법안 이름은 다르나, 문신(타투) 시술행위 자체를 합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류 의원은 “민주당,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과 이번 법안은 다르다. 형법의 잔재로 여겨지는 ‘문신’이 아니라 국제적 표준인 타투라 이름 지어야 한다”며 “세척과 소독에 더해 멸균한 기구를 분리해 보관하도록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반영구화장은 물론, 모든 부문의 타투가 합법의 영역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BTS 멤버 정국의 모습. KBS 화면을 캡처한 것으로 손에 있는 정국의 타투가 가려졌다.
류호정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BTS 멤버 정국의 모습. KBS 화면을 캡처한 것으로 손에 있는 정국의 타투가 가려졌다.

앞서 류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BTS(방탄소년단)의 정국이 방송에 출연했을 때 손가락 문신을 반창고로 가린 사진을 올리며 “좋아하는 연예인의 몸에 붙은 반창고를 보신 적이 있나. 유독 우리 한국의 방송에 자주 보이는 이 흉측한 광경은 타투를 가리기 위한 방송국의 조치다. 타투 행위가 아직 불법이라 그렇다”며 타투업법 입법을 예고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아미(BTS 팬클럽)의 거센 항의를 받자 사과했다.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은 류 의원의 회견 페이스북 글을 링크한 뒤 “정의당이 이런 정당이다. 류 의원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류호정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이 복장은 국회의 권위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 큰 논란을 불렀다. (연합뉴스)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류호정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이 복장은 국회의 권위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 큰 논란을 불렀다. (연합뉴스)

류 의원은 지난해 8월 21대 국회 개원 후 분홍색 드레스 차림으로 등원해 국회에서의 적절한 복장은 어디까지인가라는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류 의원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청 패션이나 노란색 일색의 ‘봄병아리 패션’, 캐주얼 복장, 점프 수트, 작업복, 안전모 등 다양한 옷차림으로 등원하고 있다. 그는 그때그때 '튀는' 옷을 입는 것에 대해 "보이기 위한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절박한 사안을 더 알리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