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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 배드파더스 신상 공개는 유죄”

두 달 간 양육비 400만원 미지급한 전 남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
페이스북에 전 남편 신상 공개한 것은 벌금 100만원 유죄
전 남편 신상이 공개된 배드파더스 주소 링크해 지인에게 보낸 건 무죄

  • 기사입력 2021.03.23 14:58
  • 최종수정 2021.03.23 15:02

우먼타임스 = 박성현 기자

두 사람은 2001년 결혼, 2018년 5월 이혼했다. 당시 17세 15세 두 아들 친권과 양육권은 엄마가 맡았다. 양육비는 두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각각 100만 원씩, 월 2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남편 되는 임씨는 양육비를 잘 주다가 2019년 3월부터 2개월간 주지 않았다. 그는 수제맥주를 제조해 납품하는 사업을 했다. 그는 나중에 양육비 400만원을 한꺼번에 보냈다.

아내 되는 박씨는 2019년 7월 남편 임씨의 신상이 등재된 ‘배드파더스’ 사이트 주소와 함께 남편을 비방하는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또 페이스북 계정에 전 남편의 실명, 얼굴 사진을 올리며 양육비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남편 임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전 부인 박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작년 2월 박씨를 벌금 2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잘잘못을 가리고 싶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은 22일 국민참여재판으로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1심 쟁점은 배드파더스 등재 사실을 SNS에 올려 주변에 알리는 행위가 비방의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아내 박씨 행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미리 양해를 구하고 딱 두 달 치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며 “신상정보와 사진이 모두 공개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내 박씨 변호인 측은 “양육자 박씨의 행위는 비방보다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고, 이는 공익에 부합한다”며 “예컨대 성폭력 미투나 학교폭력 사건처럼 사실을 적시한 피고인을 처벌하는 게 과연 맞는지 국민 여러분께 묻고 싶다”고 맞섰다. 변호인측은 “박씨의 행위는 사회적 통념이나 윤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까지는 과하다”는 논리를 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은 박씨가 페이스북 계정에 전 남편의 신상을 올리며 양육비 지급을 촉구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로 보기 어렵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남편 신상이 공개된 배드파더스 사이트 주소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주변에 보낸 행위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 역시 “소셜미디어에 피해자 신상을 올린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아내 박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내렸다.

남편은 법정에서 “그 당시 전 아내가 국세청에 제기한 민원으로 세무조사가 진행돼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사정이 곤란해 양육비를 못 준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아내 임씨는 “전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는 2016년 당시 수억 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고, 외제차를 몰 정도로 여유가 있는데 기간에 상관없이 양육비를 안 준 사실이 중요하다”고 맞섰다. 임씨는 “기약 없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빨리 해결할 방법은 배드파더스를 이용하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유죄가 선고되자 법정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양육비를 받아낼 방도가 없으니 양육자들이 결국 1인 시위와 SNS 활동을 해 본인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거다. 제 사례가 유죄로 인정돼 판례가 생기면, 더는 그 누구도 그런 활동을 못 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에서 진정한 피해자는 임씨가 아닌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자녀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정서적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이걸 알린 피고인을 처벌해서 우리 사회가 얻을 정의는 무엇인가?”고 물었다.

양육비해결총연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비공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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