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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파란눈 대졸자 정자 팔아요”…세 시간 만에 품절된 이유는?

코로나 사태가 부른 정자 품귀 현상
한 정자은행에 등록된 남성은 수백 명, 여성은 1만4천명
조건 좋은 남성 정자 구하려는 경쟁 치열해
규제 피해 개인 간 정자 직거래도 성행

  • 기사입력 2021.02.04 15:11
  • 최종수정 2021.02.04 16:47
페이스북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는 영국의 레즈비언 커플. (데일리메일 캡처)
페이스북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는 영국의 레즈비언 커플. (데일리메일 캡처)

[우먼타임스 천지인 기자]

‘잘생긴 대졸자 정자를 팝니다’

이 광고가 올라오자마자 여성들이 쇄도해 3시간 만에 정자가 완판됐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공수정에 필요한 남성의 정자가 아주 귀해졌다고 미 뉴욕타임스와 영국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남녀 교제가 어려워진데다 재택근무 등으로 여유가 생긴 여성들의 가족에 대한 갈증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선택한 것처럼 배우자 없이 아이를 가지려는 비혼모 여성은 늘어난 반면, 정자 기증자는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자은행이나 인공수정 시술병원들이 정상적 영업에 지장을 받다 보니 정기적으로 클리닉을 찾아 신체검사를 받고 꾸준히 정자를 제공한 남성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한다.

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정자은행들이 비즈니스에 비상이 걸렸다. 정자를 원하는 여성은 20~30% 늘었는데 공급은 반 토막 났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한 유명한 정자 거래 사이트는 등록 남성이 수백 명뿐인데, 여성은 1만 4000명이나 된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다 보니 여성들이 선호하는 외모, 신체, 지능, 고등교육, 건강의 조건을 갖춘 정자 기증자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미국 시애틀의 한 정자은행 관계자는 “‘파란 눈에 검정 머리, 잘생긴 대졸자’ 광고를 새벽 6시 반에 올렸더니 3시간 만에 30명 예약분이 다 찼다. 이런 열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6월 이후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정자 공급자가 줄어들었지만 1년 전보다 판매율은 2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자은행을 통한 정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직접 기증자를 찾아 나서는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이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개인끼리 정자를 직거래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정자은행은 식품의약국(FDA) 등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정자 기증자와 수혜자를 직접 연결해주지 않고, 한 기증자가 30명 이상에게 정자를 주지 못하게 제한한다.

그러나 개인 간에는 이런 절차가 필요 없어 정자 기증자에게 100~200달러 정도만 주면 정자를 얻을 수 있다. 남성들 입장에서도 정자를 최대한 많이 기증할 수 있고, 아이가 잘 크는지 확인도 할 수 있어 이런 개인 간 직거래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수퍼 기증자들’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정자 기증을 시작한 캘리포니아의 한 29세 남성은 뉴욕타임스에 “생물학적 자녀가 35명 나왔고, 5명이 또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자 왕’으로 통하는 뉴욕의 45세 독신 대학교수 애리 네이절(맨 왼쪽). 세계 각국의 여성 70여 명에게 정자를 제공했다. (NBC 방송 캡처
미국의 ‘정자 왕’으로 통하는 뉴욕의 45세 독신 대학교수 애리 네이절(맨 왼쪽). 세계 각국의 여성 70여 명에게 정자를 제공했다. (NBC 방송 캡처)

뉴욕의 45세 독신 교수는 세계 각국을 돌며 정자를 기증해 ‘자녀’ 70여 명을 두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30대 음악가는 지난 5년간 정자은행과 개인 거래를 통해 최소 300명에게 정자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서 정자를 받은 각국 여성들은 페이스북에 모임을 만들어 아버지가 같은 아이들이 혹여 장래에 결혼하는 근친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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