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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작가 칼럼] 저출산 사회, 정답은 영원히 없는가?

  • 기사입력 2021.01.29 17:31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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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결혼하면 당연하다시피 2살 터울로 아이 두 명쯤 낳아 키우는 게 ‘정상가족’이라고 여겨지던 우리나라지만, 차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이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결혼생활과 출산,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지켜봐 온 청년 세대에겐 아이를 통해 얻는 기쁨 대신 고단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런 청년들에게 “힘든 일은 피하고 좋은 것만 취하려 한다.”라고 비난하는 기성세대를 볼 때면 힘든 일을 피하며 사는 게 왜 비난받을 일인지 명확한 해명을 듣고 싶어진다.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한 본능에 대응하고자 정부는 매년 여러 방안을 내놓는다. 출산율이 줄면 정부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으니 여러 방안을 내놓으며 가임기의 청년들을 회유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등장하는 저출산 대책에는 ‘올해는 몇 명에 얼마’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연말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는 건강보험 임신출산진료비 바우처 액수가 6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됐다. 아이 출생 시 200만 원의 바우처도 지급된다. 아이 한 명이 태어날 때 총 300만 원을 지급하는 셈이다. 영아수당도 신규 도입된다. 

육아휴직 사용문화 정착을 위해 부모 양쪽 모두에게 3개월씩 육아휴직급여가 제공된다. 생후 12개월 내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각 3개월씩 육아휴직을 사용토록 한다. 육아휴직이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육아휴직지원금을 지원하고 복귀자의 고용 유지를 1년 이상 지속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마다 늘어가는 지원금의 액수, 육아휴직과 복지혜택의 확대는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명확한 대안이라 생각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저출산 시대의 문제점이 봉합이 어려울 만큼 터져 나왔음에도 원인 해결이 아닌 사태 수습에 급급한 정책인 건 아닐까? 

출산에 필요한 지원금이 늘어난다는 건 사람들의 근로소득만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부족한 가정이 많다는 의미다. 보육료와 양육수당이 필요한 건 그만큼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비용이 높다는 의미다. 부모의 육아휴직급여를 도입했지만, 휴직하는 데 눈치가 보이고 고용 유지가 불안해지는 건 여전히 근로환경과 조직문화가 형편없다는 의미다. 또 육아휴직을 3개월씩 사용한 이후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대안도 없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지만 하늘의 별 따기인 임대주택 입성이 가당키나 할까. 

(연합뉴스)
(연합뉴스)

근로자에게 적당한 보수가 돌아가지 않고, 부동산의 벽이 무너지지 않고,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휴직하는 게 민폐라는 인식이 작용하고, 돌봄과 교육 서비스에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여기에 육아휴직이 곧 퇴사로 이어지는 여성의 입지를 생각하면 출산은 경력단절로 향하는 스텝 중 하나가 된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아닌 이상 육아휴직 시 대체 인력이 채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체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해서 몇 개월간 일을 시키고, 근로자가 다시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복잡한 단계를 밟고 싶어 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앞둔 여성은 직접 대체 인력을 구하러 다니거나 동종업계의 지인에게 단기근무를 부탁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인 중에는 육아휴직을 가는 여성들로부터 대체근무 부탁이 연달아 들어오는 바람에 대체근무만 3년 넘게 다닌 사람도 있다. 지인을 통해 대체 인력을 해결한 여성들은 그가 아니었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육아휴직 대신 퇴사를 제안 받았을 터였다. 

사람들은 ‘살만하다’라고 느껴질 때 자연스레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냉정히 말하자면 지금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아 키우기엔 그리 살만한 곳이 아니라서 안 낳는 거다. 아이가 맹렬히 울고 있다면 울지 말라고 사탕을 물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아이가 왜 우는지 물어보고, 아픈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바른 순서 아닐까? 매년 업데이트 되는 지원금 액수와 급한 불만 끄는 정책은 저출산을 해결하는 정답이 될 수 없다. 

 

*작가 도란은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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