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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작가 칼럼] 출산과 육아는 여성의 진정한 행복일까

  • 기사입력 2020.12.18 17:54
  • 최종수정 2020.12.31 15:51
(연합뉴스)
(연합뉴스)

여성은 30대 초반, 남성은 30대 중반에 결혼, 2년 이내에 자녀 1명 출산, 2살 터울로 자녀 한 명 더 출산. 이렇게 4인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는 게 ‘정상가족’이라 일컬어지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삶의 방식인 듯 ‘다들 그렇게 산다.’라고 포장되는 가족의 형태다. 

평범하고 무탈하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일 수 있지만, 가족의 형태까지 모두 통일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인식도 있다. 그 영향으로 비혼(非婚)족과 딩크(DINK)족이 늘고 있다. 비혼족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을 명하는 것으로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과는 다른 개념이다. 딩크족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를 말한다. 

필자 역시 딩크족이다. 최근에는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딩크 에세이도 출간했다. 결혼한 지 수년이 지났고 딩크의 삶을 확정한 지도 꽤 됐지만,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훈수를 두는 이들이 많다. 주로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볼 수 있는 반응인데 이런 말들로 다가온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진정한 여자의 행복이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문제없이 잘 큰다.”
“아이도 안 낳을 거면 결혼은 뭐 하러 했나?”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자면 할 말은 밤을 새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딱한 부분이 있다면 중·노년 세대의 오지랖 섞인 말에서 그들에게 인식되는 여성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수많은 행복 중 진정한 행복이 출산과 육아라고 단정하는 건 여성의 역할과 행복을 한정하는 것이다. 아이를 엄마가 키워야 문제없이 잘 큰다는 건 한부모가정을 차별하는 발언이자 근거 없는 짐작이다. 아이도 안 낳을 거면 결혼을 왜 했냐는 질문 역시 결혼의 의미를 오로지 출산이라는 동물적 본능에만 호소할 따름이다. 

그 오지랖 속에 과거 여자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당연한 듯 아이를 낳아 키우고,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는 아빠 대신 독박육아와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아이를 안 낳으면 혼인 파탄의 원인인 양 구박덩이가 되기 일쑤였다. 마치 아이를 못 낳는 것이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출산과 육아를 바라보는 비뚜름한 시선의 잔재는 차츰 사그러들었다. 50대 이상에서 의도적인 딩크족이나 비혼족을 찾긴 어렵지만, 40대 이하로는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 그리고 특히 평등한 교육기회와 사회참여가 당연해진 2030세대 여성들에게 자녀는 ‘당연히 낳아야 할 존재’가 아닌 긍정과 부정의 영향을 동시에 가져오는 존재가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30 청년층 생애전망 인식조사에 따르면, 2030 여성 중 자신이 원하는 삶에 자녀가 주는 영향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4%인데 비해 ‘매우 부정적’은 22.5%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경제적 상황, 원하는 직접과 취미활동, 원하는 일 유지, 건강 등의 항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나라의 ‘가임기’로 분류되는 세대에게 정상가족의 형태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게 됐다.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지 않고, 건강과 취미와 삶의 질을 잃고 싶지 않은 세대에게 출산과 육아는 이제 진정한 행복으로서 힘을 행사할 수 없다. 

중년 이상의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 두 명쯤 낳고 사는 평범한 삶’에 매력도가 뚝 떨어진 이유는 그들의 오지랖에서 엿본 인식에 모두 담겨있다. 여성에게 무게추가 기울었던 가사와 육아의 부담, 여성이자 엄마라면 자식을 위해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게 만든 건 아닐까? 비혼족과 딩크족에게 ‘요즘 것들의 이기심’이라는 불명예를 씌우기 이전에 여성에게 불평등과 불합리의 멍에를 씌운 원인 제공자가 과연 누구였는지부터 생각해볼 때가 바로 지금이다. 

*작가 도란은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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