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자수첩] 인도 성폭력 기사가 지겹다고?

  • 기사입력 2020.02.26 18:17
  • 최종수정 2020.02.27 12:45
오늘날에도 여전한 인도 내 성범죄 (알자지라)
오늘날에도 여전한 인도 내 성범죄 (알자지라)

[우먼타임스 박종호 기자] 인도에 대해 나름 공부하고, 또 관련 기사를 계속 쓰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인도의 성범죄 기사들은 이제 좀 지겹다"고.

일부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한다. 언론이 자극적이고, 신뢰도 없는 인도 뉴스만 쏟아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 독자들의 인도에 대한 몰이해가 오늘날 이토록 심화된 것은 기성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투다. 일견 그럴듯한 이야기다. 

인도가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옛날이다. 반면 국내 언론에서 다루는 인도 이야기는 무척 한정적이다. 독자들은 오늘날 인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 좀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언론 보도는 소비자의 관심을 반영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인도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딱 그 정도란 소리다. 물론 기관이나 재계, 학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면 분위기가 바뀌긴 한다. 오늘날의 베트남이 그렇다. 그러니 각 언론사들도 앞 다투어 얼마 되지도 않는 베트남 전문가 영입전에 한창이다. 모 인터넷 언론사는 아예 베트남 현지에 법인을 차린다는 소문이 들린다.

기사는 ‘시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 점에서 인도 경제가 뜨는 시장이라는 말도 반쯤은 거짓말이다. 오늘날 인도 경제가 유례 없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보고 들은 것만 전달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본질임을 상기하자면 인도 경제 어렵다는 기사 말고는 나갈 이야기가 많지 않다. 그것도 아니라면 급격한 우경화가 우려되는 신정부 에 대한 이야기 정도. 

그러나 전문가들이 진정 불편해하는 사실은 인도가 ‘성범죄 국가’와 동의어로 취급받는다는 사실이다. 인도가 성범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좀 더 다양한 다른 모습이 부각됐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일 것이다. 사실 인도가 본받을 점이 많은 나라라는 점에서는 일견 동의한다.

하지만 오늘날 인도의 ‘성범죄 국가’로서의 이미지는 이미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인도보다 그다지 나을 것도 없는 파키스탄마저도 인도를 향해 몇 년 전부터 써먹는 레토릭이기도 했다.

인도 정치인들도 걸핏하면 “이러니 성범죄 국가라는 소리나 듣고 있지”라며 자조하는 현실 앞에 천리만리 떨어진 우리가 인도와 성범죄를 1차적으로 연관짓는들 그것이 ‘인도 혐오’로 이어질 이유는 적다. 그러니 그것은 인도 사회가 반성해야 할 일이지, 언론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인도 성범죄 기사가 지겹다’는 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성범죄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지겹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흔히 전문가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야를 깊이 공부하다보니 오히려 대중과 괴리되는 현상이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기만의 인도에 빠졌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 <벤디트 퀸>이라는 인도 영화를 다시 보았다. 실존인물이었던 ‘여성 산적왕’ 풀란 데비의 일생을 그렸다. 그 영화를 보며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1990년대 초의 저 지역(마디야프라데시 주)은 지금과 과연 얼마나 다를까? 달라진 게 거의 없기에 지금까지 언론에서는 인도 성범죄 기사만을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