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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에 수놓은 폭력, 칠레 여성들의 조용한 투쟁

- 칠레 여성들. 조각보로 폭력 고발
- 미국, 이탈리아 여성들도 연대

  • 기사입력 2020.02.26 11:41
  • 최종수정 2020.02.29 19:03
칠레 여성 예술 단체 메모라르테 회원들의 조각보 공예 작품 (사진=메모라르테)
칠레 여성 예술 단체 메모라르테 회원들의 조각보 공예 작품 (사진=메모라르테)

[우먼타임스 임기현 기자] 작은 조각보가 세상이 여성에게 저지른 폭력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최근 칠레 여성들이 제작한 조각보가 전 세계에 전시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조각보 에는 낙태, 성폭행, 가부장제 등의 차별적 역사를 수놓았다. 사회의 폭력에 저항하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여성들의 목소리인 셈이다.

조각보는 미국 여성들과 연대해 제작되기도 했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전시되기도 했다.

조각보를 통해 정치적, 사회적 폭력에 저항하는 수단은 칠레가 1973년에서 1989년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탄압 아래 있을 때 탄생한 ‘아필레라(Arpillera)’라는 조각보 공예가 유래다. 당시 칠레 여성들은 바느질을 통해 말하지 못한 탄압과 저항의 역사를 수놓았고 이는 그들 나름의 정치적 저항이었다.

칠레 여성들은 여전히 폭력으로 고통받는 중이다. 최근까지도 공권력에 의한 여성 성적 학대 사건이 빈발했다. 칠레 내 권익단체인 칠레 국립인권연구소에서는 158건에 이르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제엠네스티 조사에 따르면 이 단체에서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에만 16차례의 강간 사건이 벌어졌다.

조각보를 통한 투쟁과 연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시 시작됐다. 칠레  조각보 예술단체이자 여성단체인 메모라르테(Memorarte)는 칠레 여성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한 목소리를 낼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미국 여성들이 참여해 약 7m에 이르는 거대한 조각보가 수놓였다. 칠레에서 경찰 폭력으로 시위 참가자 359명이 눈 부상을 입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를 목격한 칠레 여성 릴리안 우르주아와 마리아 이그냐시아 제레즈가 ‘피눈물’을 형상화한 조각보 작품을 기획했다. 거대한 조각보에 사용된 875개의 작은 조각들은 칠레 여성들의 뜻에 공감한 미국 여성들과 함께 제작됐다. 이 작품은 칠레 인권추모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탈리아에도 칠레 여성의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낙태 합법화와 성폭행 근절을 바라는 내용이 담긴 조각보를 든 칠레 여성들은 이탈리아 여성들과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이탈리아 산티아고에서부터 플라자 광장까지 행진하며 사회에 메시지를 던졌다.

메모라르테의 회원인 실바 우르바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의 문제는 가부장제의 문제이고, 가부장제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이며,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문제이므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페미니즘 투쟁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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