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획] 여성 콤플렉스, 어떻게 변화해 왔나

  • 기사입력 2020.02.24 16:03
  • 최종수정 2020.08.24 15:38

[우먼타임스 류동협 기자] 여성 콤플렉스는 여성이 겪는 심리적 갈등이나 억압 심리를 말한다. 이런 여성 콤플렉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20년 전과 최근의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여성의 콤플렉스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 

첫째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다.  ‘더 이상 착한 여자는 없다’는 슬로건을 앞세운 배드걸의 유행과 위장된 착한 여자의 형태로 변화했다.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상업적 자기계발론이 혼합된 형태다. ‘드센 언니’들의 등장이 이어졌다.  

둘째,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경우, 여성의 자기발전 서사가 되면서 긍정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노력형 신데렐라가 등장하나 성장 서사에 감추어진 구원신화와 의존심리를 깊숙이 내면화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해당 콤플렉스가 긍정적 의미로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셋째, '외모 콤플렉스'다. 스펙의 한 요소가 되어버린 외모 덕분에 외모 가꾸기에 대한 긍정론(매력 자본)과 비판론(성상품화)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동시에 기술과 신체의 결합으로 ‘쭉쭉빵빵/근육남’으로 젠더이분법적 신체 표지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외모 가꾸기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여성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했다. 

넷째, '지적 콤플렉스'의 경우, ‘여성이 도전 못할 지적 영역은 없다’라는 일념 아래 수많은 여성들이 각자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으나 성별화된 지적 영역의 분리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런 변화는 해당 콤플렉스의 표면적 약화로 보이나 실은 내면적 위계를 강화했음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섯째, '엄마딸 콤플렉스'의 경우, 형제서열상 희생을 강요당했던 맏딸 콤플렉스는 소멸되었다. 대신 엄마와 딸의 미분리 현상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해당 콤플렉스가 다른 콤플렉스로 이름만 바꾸어 전이되었을 뿐임을 의미한다. 

여섯째, '성 콤플렉스'다. 과잉된 성담론의 시대에 성의식과 성행동이 매우 다양하게 균열을 일으킨다. 이는 오히려 개방을 가장한 수동적 여성상을 등장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슈퍼우먼 콤플렉스'의 경우, '슈퍼맘'이 강화된 것이다. 여성이 직장일과 동시에 집안일과 육아를 능력적으로 수행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여성 콤플렉스의 변화를 살펴보면 세대 간 차이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여성성/남성성의 이분법적 가치를 수행하고 있으며, 젠더이분법에 따른 콤플렉스를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20년 전과 달리 여성의 억압이나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은 약화되었다.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 즉 결혼이나 일-가정 양립, 외모가꾸기도 모두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젠더의 억압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3명 중 2명의 여성이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일부 여성들은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자신이 선택한 결과일 뿐 사회적 강요의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젊은 여성은 쌓아야 할 스펙은 많아지고 이상적인 결혼을 이루려면 불안한 저글링을 계속해야만 한다.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직장에서는 능력 있는 알파걸이 되어야 하고, 또 일-가정 양립의 지킴이로서 늘 바쁘고 불안하다.

한편 엄마 세대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실버취업으로 노동시장에 재투입되거나, 가족 간병인으로 돌봄노동을 맡고 있거나, 딸의 엄마로서 육아와 가사에 재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이 겪는 불안과 심리적 문제가 달라서 여성의 세대 간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제 더 이상 단일한 ‘여성’이라는 호명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여성 간의 세대갈등이 오히려 더 큰 문제로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성 콤플렉스를 통해 개개인의 심리적 고충을 따라가 보면 달라 보이지만, 결국 그 저변에는 같은 여성으로서의 억압 심리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콤플렉스를 분석하고, 그 차이와 같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세대 간 소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