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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과 '양성평등', 한 글자 차이로...

경기도 의회 조례 개정안 놓고 보수-인권 단체간 대립
성평등은 성소수자 인정, 양성평등은 성별 평등만 강조

  • 기사입력 2020.02.21 16:08
  • 최종수정 2020.02.29 18:05
경기도 의회의 성평등 조례를 지지하는 인권단체가 2019년 7월 집회를 갖고 있다. (유튜브)
경기도 의회의 성평등 조례를 지지하는 인권단체가 2019년 7월 집회를 갖고 있다. (유튜브)

[우먼타임스 성기평 기자] ‘성평등’이냐, ‘양성평등’이냐? 한 글자 차이를 놓고 경기도 내에서 보수 진영과 인권단체 간에 논란과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경기도 의회 여성가족평생위원회는 18일 논란이 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26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조례 개정안에서 도내 기독교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성평등’이란 표현을 ‘양성평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경기도 기독교계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성평등’을 ‘양성평등’이라고 수정하지 않는 건 지자체가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 조례안이 발의되자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등은 ‘성평등’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성(性)을 용인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경기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기독교계를 위시해 시민 단체 등 40개 단체는 ‘나쁜 성평등 조례 반대와 개정을 위한 건강한 경기도 만들기 도민연합’까지 발족해 반대 운동을 펼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경기 지역 인권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성평등’ 용어는 유지돼야 한다며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경기도 만들기 도민행동’을 발족하고 보수 단체와 대립했다.

도민행동은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바꾸라는 종교 단체들의 주장은 성평등이란 용어가 지닌 보편적 의미를 부정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는 의미를 담은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사실 ‘성평등’이란 용어는 2009년 조례 제정 당시부터 있었지만 그동안 별 문제 제기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발의되자 논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또 논란이 된 조항이 들어갔었다. ‘성평등위원회’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과 사용자가 설치하도록 노력하고 경기도가 재정지원을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런데 개신교 반동성애 단체 및 지역 보수 교계를 중심으로 ‘사용자’(고용주)란 단어가 포함되면 성평등위원회 설치 대상에 종교단체와 기업 등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반대 운동이 터져 나왔다.

이 두 사안을 두고 논쟁과 대립이 계속되자 도의회 여성가족평생위는 17일 개정 조례안에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유지하는 대신, 성평등위원회 설치 대상에서 ‘사용자’는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보수 종교계와 인권 단체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봉합이 된 것이다.

보수 진영은 경기도의회가 ‘성평등’ 용어를 고집하는 이상 텐트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도민행동은 “성평등위원회 설치 규정은 임의 조항인데 민간 사업자를 설치 주체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의회 조례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40개 종교 사회단체가 2019년 7월 수원 시내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
경기도 의회 조례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40개 종교 사회단체가 2019년 7월 수원 시내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

하지만 ‘성평등’에 대한 논란은 경기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7월 부천시는 ‘성평등전문관’을 만들려고 했으나 보수단체가 시위를 벌여 백지화됐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6월 ‘젠더자문관’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례가 보수단체의 반발로 부결됐다.

보수적 진영과 인권시민단체 양 진영은 26일 조례 개정안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서명운동과 함께 찬반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성적 소수자의 권익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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