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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학생 숙명여대 등록 포기했지만...

  • 기사입력 2020.02.19 14:02
  • 최종수정 2020.02.29 19:08

[우먼타임스 성기평 기자]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과 조사의 대상이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 된다. 혐오를 멈추었을 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

숙명여대 법학대학에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A(22)씨가 7일 이런 말을 남기고 등록을 포기했다. A씨는 이날 온라인의 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와 숙명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숙대 등록 포기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는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허가돼 법적으로는 여대 지원에 문제가 없는 여성이었다.

A씨의 입학 허가 여부를 둘러싸고 그동안 대학가는 물론 사회 전반에 찬반 양론이 불거졌다.

A씨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숙명여대 내부와 대학가 페미니즘 단체에서는 찬반 입장이 갈렸다. 얼마 전 성전환 수술을 받고나서 육군에서 강제 전역된 한 부사관의 경우와 맞물려 트랜스젠더의 권익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됐다.

급진적 페미니즘 성향으로 알려진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 21개 단체는 공동으로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숙명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와 일부 대학의 성 소수자 모임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는 입장을 밝혔다.

숙명여대 일부 동문들은 ‘성전환자로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라는 제목의 연서명을 온라인에 게재해 학교 측이 입학을 허가할 것을 촉구했다. 국내 성 소수자 인권단체들도 입학을 허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맞이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전면적인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A씨가 등록을 포기한 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이번 일에 침묵을 지킨 숙명여대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학교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A씨가 등록을 포기한 다음날 숙명여대를 포함한 5개 여대 17개 단체는 ‘여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여페넷)’를 구성하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비판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A씨를 응원하는 움직임도 벌어졌다.

숙대 온라인에 올린 A씨의 입장문에는 입학을 포기했음에도 그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댓글이 많이 붙었고 A씨의 글은 내려졌다. 한 학생은 “우리한테 당신은 외부인 한국 남자일 뿐입니다. 무섭고 두려운 존재입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정신병원이나 가세요”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녹색당은 “특권은 물론 그 무엇을 이유로 한 차별에도 맞서 싸우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며 “여전히 대한민국의 학교는 성 소수자 학생을 환대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드러났다. 교육당국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경우는 피진정인이 특정되기 힘들어 인권위 조사가 이뤄지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랜스젠더의 권익 문제를 우리 사회에 드러낸 A씨의 경우와 육군 부사관의 문제는, 한국 사회가 성 소수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해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우먼타임스 성기평 기자]

숙명여대 게시판에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대자보(왼쪽)와 함께 반대하는 대자보(오른쪽)가 나란히 붙어 있다. (연합뉴스)
숙명여대 게시판에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대자보(왼쪽)와 함께 반대하는 대자보(오른쪽)가 나란히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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