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개정안에 반대하는 인도 무슬림 여성 시위 격화
인도 여성의 차별적 삶에 대한 문제로 확산

인도의 한 무슬림 여성 (CNN)

[우먼타임스 박종호 기자] 인도 정부의 시민권 개정안에 반대하는 인도 무슬림 여성들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2월 들어 주말에는 히잡을 쓰고 부르카를 입은 중년의 이슬람 여성들이 델리 남쪽의 무슬림 주거 지역에서 시위하면서 교외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시위 여성들은 시민법 개정안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볼 사람은 다름아닌 여성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말 인도 정부가 추진한 시민권 개정법안은 종교적 박해를 받는 소수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소수 집단에 속하지 않아 시민권 부여 절차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무슬림 단체들은 인근 국가에서 인도로 넘어온 무슬림 이민자뿐만 아니라 국내 무슬림들의 시민권 등록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무슬림 차별’을 합법화하고 있다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시위가 해를 넘겨서도 지속되는 양상이다.

그 중에서도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시위가 두 달을 넘긴 지금까지도 여성 단체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할 정도다. 미국 외교안보채널 포린 폴리시(FP)는 “인도 경찰의 과격한 진압은 시위대를 더욱 자극해 무슬림 거주지역의 여성들이 시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며 “오늘날 인도 여성들은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인 ‘더 힌두’ 역시 “인도 전역의 여성들이 느꼈던 불안감이 표출된 사건”이라 분석했다.

시위에 나선 인도의 무슬림 여성. (연합뉴스)

실제로 시위대 중 한 명인 누스라트 아라는 FP에 “무슬림이 시민권을 인정받으려면 절차가 대단히 복잡하다”며 “나는 가장 기초적인 개인정보인 출생증명서나 학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애초에 이러한 서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위는 무슬림 여성이 처한 현실을 넘어 인도 여성 전체의 힘든 삶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아라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삶은 서류와 문서가 아닌 ‘관습’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도에서 시민권을 인정받으려면 토지의 소유권, 혈통 및 학력을 증명하는 문서를 지참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도 여성은 그러한 서류를 갖추지 못하고 살아간다. 인도의 유명 여성운동가인 카비타 크리슈나는 “이 나라 여성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언제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높은 문맹률이다. 남성의 18%가 문맹인데 비해 인도 여성은 34% 가량이 읽고 쓸 줄을 모른다. 기본교육을 받는다 해도 상당수가 팔려가거나 ‘조혼(早婚)’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세계의 미성년자 신부 중 1/3이 인도에 살고 있다. 그 중 약 절반이 15세 이전에 결혼했다. 무려 1억 2,000만 명이 넘는 숫자다.

인도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에서도 거의 모든 성평등 지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여성들의 상속권과 재산권 항목에서 세계 최하위권을 밑돌았다. 대개는 소유권을 증명할 수 없는 서류가 없어서 생기는 일이었다.

뉴욕의 언론사 폴리스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스치트라 비자얀은 최근 인도 내에서 소수자의 불법체류가 빈번히 일어나는 아쌈(Assam) 지역을 찾아 무슬림 여성들과 인터뷰를 했다. 현지 여성들의 답변 역시 델리 시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대에서 시민권을 신청한 15만 명의 무슬림 여성 중에서 인도 시민으로 인정받은 이는 1만 5,000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자 사람들은 시민권 개정절차에 이어 지난 2010년 도입된 ‘주민등록부(NPR)’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등록부는 지난 2010년 현 야당인 인도국민회의가 집권할 때 도입했는데 인구 등록을 위한 가장 기초적 자료다. 인도국민회의는 최근 “여당인 인도인민당(BJP)가 이 자료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 무슬림의 시민권 부여절차에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정부는 과거 주민등록에 필요한 서류에 더해, 무슬림에게 부모 양측의 생년월일 등 최소 7개의 추가적인 서류를 지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인도 시민’임을 서류로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투표권과 재산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누구든지 특정 시민의 ‘시민권’이 의심스럽다고 고발할 수 있으며, 지방 관리들은 이들의 시민권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서류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크리슈나는 특히 이 조항이 여성들에게 공포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누군가가 어디에서 불만을 표하기라도 하면 다수의 여성들은 재산이나 투표권을 박탈당한 채 ‘시민권 소지가 의심스러운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슈나는 “남성들은 이 힘을 악용할 것”이라며 “이를 무기로 여성들이 학대를 당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하도록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최근 기사를 통해 “이는 인도 헌정상의 위기”라며 “인도 여성의 권리와 자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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