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성평등 법안 제정
여성 재산권도 인정, 성폭력 처벌 강화

칠레 여성들의 성폭력 반대운동(알자지라)

[우먼타임스 최지원 기자] 세계가 성평등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페미니즘이 안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법들이 제정되거나 개정되고 있다. 

2019년 칠레에서는 매일 평균 42건의 성폭력이 신고됐다. 하지만 이 중 3/4는 법적으로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도 성폭력이 만연했다. 이런 상황에 모두들 익숙해지는 듯 할 때, 칠레의 시민단체 '성희롱 적발단(Observatory Against Harassment)'이 움직였다. 

이 단체는 4년 동안 칠레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경험 관련 설문조사를 실행했다. 조사 결과 3/4 이상의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2015년부터 성희롱에 맞서 꾸준히 싸워온 결과, 2019년 칠레는 새로운 법을 제정했다.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은 처벌이 가능한 범죄로 분류됐다.

칠레의 공공장소 성희롱 처벌법은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어떤 폭력에도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칠레 정부는 성희롱 근절에서 멈추지 않고 보다 많은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고위직 여성 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칠레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모욕에 저항하는 노래 'Un Violador en Tu Camino'가 시위 현장에서 유행했다. 이 노래는 플래시몹으로 제작돼 전 세계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상징곡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칠레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남미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남미 여성들은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희생되고 있다. 남미 특유의 마초(Macho)문화, 즉 거친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문화가 여성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중동의 여권 운동도 흥미롭다. 여전히 다수의 중동 국가들을 포함해 세계 75개 국에서는 여성에게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 39개 국에서는 딸에게 상속하지 않는 법도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가난한 국가들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부를 축적하지 못했다. 이것은 그녀들에게 자유와 교육의 기회를 박탈했다. 

세계은행에서는 인도 여성의 부와 교육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1994년 인도 2개 주가 '여성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 어머니들이 딸에게 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었고 가족 전체적으로 재정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부(富)의 상속뿐 아니라 국적을 물려주는 것도 여성에게는 도전이었다. 2019년 이란은 외국 남성과 결혼한 여성도 아이에게 국적을 물려줄 수 있도록 시민권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이란의 남성이 외국 국적의 여성과 결혼할 경우 남성 배우자와 아이에게 자동으로 국적이 부여됐다. 반면 외국 국적의 남성과 결혼한 이란 여성들은 아이에게 본인의 국적을 물려줄 수 없었다. 아이가 최소 19세까지 이란에 거주하고 어머니가 국적 신청을 할 경우에만 검토 끝에 이란 국적 획득이 가능했다. 아이들은 19세가 될 때까지 국적을 인정받지 못해 교육, 의료, 주택, 고용 등 다양한 혜택에서 배제됐다.

3만여 명 이상의 이란 여성들이 아프가니스탄 남성들과 결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차별 속에서 힘든 삶을 이어가야 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어머니가 아이의 국적을 신청하면 19세 이상이 아니더라도 국적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이란 남성은 아무런 절차 없이 국적을 물려줄 수 있는 반면 여성은 신청을 굳이 해야된다는 점에서 이 개정안이 완벽하게 성평등을 지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차별을 완화하려는 시도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로 넘어가보자. 아프리카 국가들과 특히 사하라 이남 나라들의 성평등 법 기반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하지만 그들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2019년 결혼법을 개정했다.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움직임의 시작이다. 법 개정으로 성에 관계없이 동등한 재산권이 부여된다. 남편을 잃은 여성들도 상속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또한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령과 최소 혼인 연령도 정해졌다. 어린 소녀들과 폭력 아래 힘없던 여성들에게 최소한의 울타리가 만들어졌다. 

지난 8월 사우디 아라비아의 보호자법에도 변화가 왔다. 본래 사우디 여성들은 가족관계의 남성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 행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자잘한 행정 처리조차도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보호자법 개정에 따라 여성이 남성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도 여권을 발급받고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여성이 스스로 결혼, 이혼, 출생 신고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아주 간단한 일에도 남성 가족에 의지했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변화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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