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소 우주경쟁 시대가 배경
나사에 입사해 공을 세운 세 흑인 여성의 이야기

영화 '히든 피겨스'는 인종차별을 딛고 1960년대 미국의 유인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에 큰 공을 세운 흑인 여성 세 명의 이야기다.

[우먼타임스 이용호 기자] “냉전, 우주경쟁, 짐 크로우 법, 인권 운동이 모두 충돌한 격동의 시대.”

2017년 국내 개봉했던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의 감독 데오도르 멜피는 1960년대 미국을 이렇게 설명했다. ‘히든 피겨스’는 이러한 시대의 풍파를 헤쳐나가는 세 흑인 여성의 모습을 조명했다.

영화는 흑인 여성 작가 마고 리 셰털리가 2016년에 쓴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1960년대 미국의 유인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였던 ‘머큐리 계획’의 숨은 공신이었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 미국은 백인과 유색인을 분리하는 ‘짐 크로우 법’이 존재했던 시기다. 각종 공공시설에는 백인 전용과 유색인 전용이라는 물리적 벽이 있었다. 흑인은 이 물리적인 벽과 함께 차별이라는 심리적 벽에 갇혀 지내야만 했다. 아울러 미국의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당시 미국 여성들은 남편의 허락없이는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을 만큼 독립적 시민으로 활동하기 힘들었다.

이 시기, 미국은 또한 소련과 치열한 우주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면서 시작된 우주경쟁은 냉전 당시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의 문화적, 기술적, 이념적 대립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우주 기술은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인 캐서린 존슨과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은 미국의 이러한 위기 분위기 속에서 나사(NASA, 미국항공우주국)에 들어갔다. 나사는 당시 만연했던 흑인 차별에도 불구하고 능력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분)은 나사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 천재 수학자다.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분)은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책임자이고, 메리 잭슨(저넬 모네이 분)은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다. 이들은 미국이 우주선을 띄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당시 멸시받았던 흑인 여성의 인권 개선에 보탬이 됐다. 이들 외에도 영화는 ‘흑인 컴퓨터(Colored Computer)’라 불린 20여 명의 흑인 여성 수학자 그룹도 조명한다.

‘히든피겨스’의 플롯은 단순하고 서사는 간략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매력을 잃지 않는 이유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이들의 여정이 경쾌하기 때문이다. 가령 캐서린 존슨이 800m나 떨어져 있는 유색인종 화장실을 분주히 오가는 장면은 전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캐서린이 불합리를 헤쳐나가는 모습은 당당하게만 느껴진다.

이런 모습은 그의 상사마저 차별 철폐에 앞장서게 했다. 캐서린의 상사는 비록 백인이지만 나사에서조차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인물이다. 그는 “나사에는 유색인 전용은 없다”며 화장실 표지판을 부숴 버린다. 

캐서린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막중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며 인종과 성별을 떠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히든 피겨스’는 제89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누리지 못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유명 인사들도 호평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시사회를 열 정도로 이 영화에 애정을 보였다.  노래 ‘해피(HAPPY)’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흑인 가수 패럴 윌리엄스는 ‘히든 피겨스’의 제작자 및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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