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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미혼 모성에 정당성을 부여하는가

'미혼모의 탄생-추방된 어머니의 역사' 출간
권희정 작가, 사회적 이해와 정부 지원 촉구

  • 기사입력 2020.01.15 10:47
  • 최종수정 2020.02.29 19:15
(사진=안토니아스)

[우먼타임스 심은혜 기자] ‘미혼모’는 한부모의 하위 개념으로 혼인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갖거나 출산을 해 아이를 키우는 여자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혼모라는 용어 자체에 도덕적 · 사회적 편견이 들어가 친모가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미혼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떻게 정의하고 있으며, 어떤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오랫동안 미혼모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권희정 작가가 최근 ‘미혼모의 탄생 - 추방된 어머니들의 역사’를 출간했다. 권 작가는 미혼모의 경험과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부정된 모성성을 복원하기 위한 출판을 목적으로 안토니아스라는 1인 출판사를 세웠다. 그 첫걸음으로 이 책을 냈는데 수익금은 미‧비혼의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전액 기부한다. 

그간 우리가 이야기했던 모성사는 단지 절반의 어머니들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통해 누구나 어머니가 된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내고 어머니 되기를 포기한 이들의 모성은 아직 이야기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수많은 여성들이 ‘미혼모’라는 집단으로 분류되고, 자신이 낳은 자녀를 결혼한 부부에게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미혼 모성 억압의 경험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미혼모’라는 용어는 낙인적 용어로서가 아니라 분석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근대 결혼 제도 안에서 희생하는 어머니로서 여성성을 전형화한 것이 ‘모성화’의 역사였다면, 이 책은 결혼 제도 밖에서 모성을 거세 당한 미혼모의 ‘탈모성화’를 다룬 최초의 역사서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미혼모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그 정당성을 확보하며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로 수용될지 여부는 정부와 입양 기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미혼의 모성에 얼마나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들이 모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양육 및 상담 지원을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결혼 제도 밖에서 임신하고 출산한 여성들 스스로가 얼마나 비혼 임신에 따르는 낙인을 극복하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가족에 대한 새로운 언설을 만들어 내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이와 아울러 미혼 모성의 실현은 필연적으로 입양 산업의 축소를 가져오고 미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확대를 요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자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희정 작가 

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했으나 이후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가족과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혼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2008년 한국의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들의 양육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활동을 시작한 미국의 입양부 리차드 보아스 박사를 만난다. 그가 설립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사무국장으로 5년간 활동했다.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미혼모 문제와 마주하며 문제는 미혼모에게 있는 것이 아닌 사회에 있음을 깨닫고 2014년 박사 논문 “한국의 미혼모성에 관한 연구: 근대 이후 가족과 입양제도의 변화 및 실천을 중심으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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