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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학교로’ 유치원 입학 “하늘에 별 따기”

-세자녀 가정에도 우선 모집 혜택 없어…말만 출산장려하냐는 지적 나와
-유치원 탈락한 아이 돌보는 일에 발등 불 떨어진 가정…경제 활동 지속 어려움 호소

  • 기사입력 2019.12.16 16:41
  • 최종수정 2020.02.19 14:43
저출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유치원이나 원하지 않던 유치원까지 입학을 못하고 탈락하는 현실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우먼타임스 김소윤 기자] 맞벌이부부가 많아짐에 따라 아이들을 일정시간 보육해주는 유치원의 중요도가 커져가고 있다. 매년 출생아수가 줄어드는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원하는 유치원 입학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에 대한 학부모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학부모들은 오로지 ‘뽑기운’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다.

◆학부모 편의 위해 도입한 ‘처음학교로’…정작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 

‘처음학교로’는 올해로 시행 4년째다. 이 시스템은 교육부가 유치원 입학의 공정성 담보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 2016년 서울·세종·충북에 시범 운영된 이후 다음연도부터 전국에서 시행됐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서 원하는 유치원을 3지망까지 지원한 뒤 ‘탈락’을 겪은 학부모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집과 거리가 먼 유치원을 어쩔 수 없이 다녀야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유치원을 모두 포함해 전국의 모든 유치원이 참여하는 ‘처음학교로’에는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유치원 3곳만을 지원하게 된다. 우선 모집 대상자는 국가보훈대상자, 북한이탈주민의 자녀 등이다. 이들을 먼저 뽑은 뒤 일반모집 대상자들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을 통해 아이들이 유치원에 배정된다. 만약 3지망 모두 탈락한다면 추가 모집 대상자가 된다.

보통 유치원을 선택할 때 집과 가까운 곳, 경제적인 곳 등을 고려한다. 그런데 3지망모두 탈락하게 되면 원하는 유치원에 등록하지 못하고 집안 사정에 맞지 않는 유치원에 억지로 보내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그나마 추가모집에 기대를 걸어야하지만 당장 아이를 보낼 유치원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안감만 커져간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고충이다. 지난달 26일 ‘처음학교로’ 일반모집 결과가 발표됐다. 현재는 추가 모집 기간(12월 2일~내년 1월 31일)이다.

◆저출산 시대에 세 명이나 낳았는데 우선 모집 대상자에 해당 안돼  

단지 시스템 추첨에 의해 아이의 보육시설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다자녀’로 분류되는 세 명의 자녀 가정에 대한 혜택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정부에서 저출산을 우려한다는 말만 하면서 현실에선 육아 부담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폐교하는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유치원을 만들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호소한다.

또 다른 학부모는 “나라에서는 출산을 장려할 정도로 저출산을 우려하는데 정작 유치원 대기번호는 100번을 넘어간다”면서 “(국‧공립 유치원에 탈락해) 비싼 사립을 간다고 해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치원도 못 보내는 상황에서 다른 출상 장려 정책들까지 실효성 떨어질 수 있어 

현재 정부에서는 여성이 일자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임신 중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하거나 남성의 육아휴직도 적극 개선하는 등 출산 장려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유치원 입학 문제조차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선 이러한 대책의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학부모들의 편의를 제고시키고자 만들어진 ‘처음학교로’도 정작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반적으로 원하는 유치원에 당첨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특히 신혼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탈락’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신혼부부와 영유아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유치원 ‘탈락’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한 대책부터 마련했어야한다는 것이다.

한편, ‘처음학교로’는 정부가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입학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스템이다. 취지는 유치원 입학설명회 방문 등의 부담을 감소시키는 한편 선발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시도교육청별로 모든 사립유치원이 ‘처음학교로’에 등록하도록 하는 조례가 생겼다. 이에 사립유치원까지 전국 모든 유치원이 ‘처음학교로’를 통해 입학할 지원자를 무작위로 추첨해 뽑았다. 이번엔 특히 전국 모든 유치원이 참여해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 학부모는 이에 대해 “홈페이지에 약 수 천명이 접속했는데 마치 대학생의 수강신청이나 아파트 당첨을 위한 과정 같았다”면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 모자란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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