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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판매직원] ③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어
- 고용노동부가 효과적인 제재 수단 강구 및 제도 나서야

  • 기사입력 2019.10.24 11:04
  • 최종수정 2020.08.01 16:59
사진=이상돈 의원실

[우먼타임스 이재경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고용노동부가 백화점과 면세점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태조사 및 감독에 나서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 판매직 근로자의 노동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 특성상 고객을 맞이하는 공간은 깨끗하고 화려하지만, 그곳에서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는 직원들의 휴게공간이나 창고, 화장실 등 근무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이상돈 의원실이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화장품노조연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가 실시한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노동자 건강실태조사’에서 60%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근무 중 화장실에 갈 필요가 있었으나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화장실을 마음 놓고 이용하게 해달라는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차 노동 현장에서 수용되지 못한 것이다.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화장품노조연대는 만삭의 임신부 역시 휴게공간이 협소하여 후방의  직원 동선 에 있는 화장실 앞에 박스를 깔고 쉬고, 가까이 있는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직원 화장실로만 다녀야 한다고 밝혔다. 면세점의 경우에는 직원 동선이 아예 다른 건물에 있어서, 직원용 화장실이나 휴게실·탈의실 등에 가려면 10분 넘게 걸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이상돈 의원실제공

이에 화장품노조연대는 4월, 고객용·직원용 구분 없이 자유로운 화장실 사용을 보장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용노동부 또한 7월 사업장 세면·목욕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 지침 을 발표하면서,  판매직 근로자의 화장실 사용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이 있을 경우 판매직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개선하기를 당부한다 고 밝힌바 있다.

진정서를 접수한 인권위는 지난 8월, 산업통장자원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에 유통업 종사자의 건강권 증진과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 권고에도 고용노동부의 제도개선 진행 상황은 ‘모니터링’, ‘사업장의 자율적인 이행 권고’ 수준의 미온한 대책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상돈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유통업 종사자의 건강권 증진 제도 3가지 개선을 권고함에 따라 현재 검토 중 에 있다고 한다.

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조의6(건강증진사업 등의 추진) 제1항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그 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을 신설하라 는 권고에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제시했으며, ②대규모 점포 등 유통업 종사자의 근무실태를 점검하여, 서서 대기자세 유지, 고객용 화장실 이용금지 등의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점검할 것’이라는 권고에는 ‘개선을 권고하고 이행 여부 모니터링’이라는 황당한 대책만 제시하였다.

가이드 라인은 ‘권고’의 의미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백화점과 면세점의 관리자들이 사실상 영업장에 공지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근로자들과 관리자들 간 미팅에서도 가이드 라인이 공지되지 않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이행권고가 따로 홍보가 되는 실정도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가이드 라인은 있으나 마나한 대책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③산업안전보건법에 휴게시설 설치 및 그 세부기준과 미이행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할 것 이라는 권고에는 법제화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로 휴게시설 세부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장의 자율적인 이행을 권고’하는 데 그친다.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 권고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노동부의 지침과 인권위의 권고가 나온 이후, 화장품연대노조는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판매직으로 근무하는 조합원들에게 고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브랜드의 직원들과 백화점 관리자들은 아직 이와 같은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장품노조연대가 직접 전국 백화점을 순회하면서 백화점 화장품 판매노동자 실태를 파악한 결과, 공개적으로 고객 화장실 이용 가능 사항을 전달한 백화점은 전국 80여 개 백화점 중 단 두 곳밖에 없었다.

백화점‧면세점의 직원 고객용화장실 이용 제한에 대하여 사용자 측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려면,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를 규정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669조(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를 준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규정을 준용하게 되면 사업주는 작업환경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평가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용화장실 사용을 제한했을 경우 사용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백화점·면세점들이 ‘근무 수칙’을 통해 고객용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환경’에 근무 수칙이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고용노동부 차원의 내부적 검토와 전문가 의견 조회, 관계자 의견 수렴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이상돈 의원실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669조 준용 방안에 대한 검토 실적이 없다’고 답변했으니, 고객용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사용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제재 방안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수많은 여성 판매직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근무하고 있다. 사용자는 고용노동부의 정책권고 이후에도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등 이 같은 현실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고용노동부가 판매직 근로자들의 노동 인권 보장을 위하여 효과적인 제도적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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