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김소윤 기자] 38년 만에 이란 축구 경기장에 여성 관객이 입장했다. 큰 변화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해당 국가의 보수 매체들은 관련 기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아 향후 변화의 바람이 정착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란과 캄보디아의 월드컵 아시아예선 2차전에 참석한 수천 명의 여성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됐다. 이번 여성 관객 입장은 지난 3월 남장을 한 채 축구장에 들어가려다가 적발된 여성 축구팬이 재판을 앞두고 분신해 사망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여성 축구장 입장을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축구협회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 관중과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 철조망으로 관객석을 분리했다. 여성은 경기 4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부터 먼저 입장했다. 출입구와 주차장도 여성과 남성 구역을 분리해 운영했다. 협회 측은 여성 보호 차원에서 분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경기 상대가 축구 약소국인 캄보디아였던 탓에 남성 관객은 2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여성들만 있던 자리는 빈틈을 찾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전체 8만 석 가운데 여성 전용 관람석은 3500석이었는데 이 자리들은 인터넷에서 단 1시간 만에 매진됐다.
살면서 처음으로 축구 경기를 직접 목격하게 된 여성 관객들은 환호하며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이란 여성 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이란은 캄보디아를 상대로 14골을 넣고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서 대승을 거뒀다.
한편, 38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들이 축구 경기장에 입장한 일을 이란의 보수 매체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특히 강경 보수 성향의 이란 일간지 케이한은 12일 자 신문에 축구경기장에 입장한 여성들과 검은 차도르를 입고 성지순례를 하는 여성들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는 장면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