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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식약처 또 뒷북에 당황한 국민들

-유명 의약품 발암 우려 판매 중단 조치
-매번 반복되는 식약처의 수동적인 일처리
-국민 건강 책임지는 부처 존재감 사라져

  • 기사입력 2019.09.27 17:44
식약처의 반복되는 수동적 조치에 국민들은 속수무책이다. (사진=픽사베이)

[우먼타임스 김소윤 기자] 또 뒷북이다. 미국과 유럽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서야 국내에선 발암 우려가 있는 위장약 판매 중단 조치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정부 기관으로서 국민의 식품과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반복되는 업무 처리 모습이다. 국내에서 조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 중단 조치와 함께 명확히 내려져야할 가이드라인은 불분명하다. 약을 복용하던 144만명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대중적인 위장약 발암 우려 소식에 식약처 불똥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청)와 유럽의약품청(EMA)이 라니티딘에서 NDMA가 미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NDMA를 DDT·적색육 등과 같이 2A급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한다. 이에 식약처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6일 이루어진 1차 조사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에 라니티딘 성분 원료 의약품 7종을 전수 조사 한 결과 해당 물질이 검출됐다. 허용 기준 0.16ppm(라니티딘 1일 최대 복용량을 평생 섭취하는 양)을 모두 초과했다.

이에 발암이 우려되는 성분이 함유된 위장약 잔탁 등의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26일 라니티딘 성분이 들어간 모든 의약품 269개 품목(133개 회사)의 제조와 수입,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잔탁은 외국계 제약사 GSK가 만든 의약품명이다. 오리지날 품목인 잔탁을 구성하는 의약품 성분으로 만들어진 복제 의약품들도 줄줄이 판매 중지 타겟이 됐다.

판매 중지 대상이 된 약들은 에스알비정·겔포스디엑스정·글로비스정·넥시나정·큐란정 등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175품목(113개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사는 일반의약품은 94품목(73개사)이다. 대부분 국내를 대표할만한 제약사들이 판매해온 약이다. 보통 오리지날 의약품이 대성공을 거두면 여러 회사에서 복제 의약품을 제조해 영업‧판매한다. 그만큼 대중성과 안정성이 담보됐다는 판단 하에서다.

오리지날 의약품 잔탁을 포함한 제네릭들이 판매 중지 대상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조사 결과 나오니까 그제서야 부랴부랴…당황스러운 환자들

이 때문에 해당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복용해온 이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아마 해당 의약품을 자연스럽게 처방해온 의사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나 위장약이라는 특성상 특정기간만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하기 때문에 해당 의약품을 복용해온 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는 144만명(25일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2700억원어치의 약을 생산하거나 수입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제조 순서에 따라 NDMA가 나오지 않거나 최대 53.5ppm까지 나오는 등 편차가 컸다고 전해진다. 약 제조 과정 문제인지, 보관 문제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불신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독일·호주는 NDMA에 따른 즉각적인 위험이 없다고 발표했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언론에 “NDMA는 라니티딘의 주성분이 아니라 불순물의 일종이라 일정하지 않게 혼합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검출 결과에 편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6일 새벽 1시부터 심평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약 처방·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적용도 정지했다.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약 추가 복용 필요성 등을 상담해야 한다.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의약품도 약국을 방문해 교환이나 환불 받을 수 있다.

해외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국내 기관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식약처가 내세우는 선제 조치는 다른 나라 식품의약품 관리 기관에서 밝힌 것에 따른 후속 조치(판매 중단‧전수 조사)에 불과해 보인다. 만약 식약처가 의약품 조사나 관리에 미리미리 심혈을 기울였다면 더 빨리 해당 의약품 복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조치가 이루어졌을 수 있다. 해당 성분은 국내 유명한 제약사들이 너도 나도 제네릭 제품을 만들어 경쟁 영업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다.

식약처의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매번 반복되는 뒷북에 가이드라인도 불명확

문제는 식약처의 이러한 뒷북 조치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8월 식약처는 희귀암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 엘러간의 보형물 ‘바이오셀 텍스쳐드’ 제품에 대해 전량 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 또한 미국 FDA의 움직임에 따라 해당 제약사가 식약처에 먼저 회수 계획서를 낸 뒤 이루어진 수동적인 조치였다.

지난 7월 FDA는 엘러간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이 다른 제조사 제품에 견주었을 때 ‘유방보형물 관련 면역 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으로 알려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유발 가능성이 약 6배 높다며 제품 회수를 요청했다. 식약처는 이로부터 이틀 뒤 한국엘러간으로부터 제품 회수 계획서를 받아 29일 회수를 승인했다.

최근 3년간 거친 표면 인공유방 제품이 52000개가 유통된 가운데 29000여개가 앨러간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식약처 추정 규모를 살펴보면 가슴 양쪽 또는 한쪽에만 이식했거나 유통과정에서 파손되는 등의 상황 등을 고려해 국내 이식환자가 약 2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수술을 받은 많은 환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식약처의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식약처는 이미 이식한 환자의 경우 보형물 제거를 권장하진 않고 있지만 가슴이 붓거나 통증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이미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는 별 도움 안 되는 모호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 유명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허가 논란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경험에 의하면 식약처 대변인실의 대응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간 언론의 취재에 함흥차사식 답변이 돌아오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식품 이물질 관련 제보를 취재할 때 “관련 부서에 문의를 해보고 연락주겠다”고 말한 뒤 몇일 간 연락 두절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문의 사항으로 연락을 취할 때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식약처가 회수 조치를 내린 제품에 대한 문의에도 ‘깜깜 무소식’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물론 한정된 인력으로 수많은 식품과 의약품 관련 문의를 받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좋지 않은 업무 처리 실태만 보여주는 것은 분명 문제다. 식품과 의약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필수적으로 연결된 생활 그 자체다. 식약처가 어떤 부처보다 바빠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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