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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양대, 미니스톱 입점 결정한 속내

-불매운동에 찬물 끼얹는 캠퍼스

  • 기사입력 2019.08.12 15:46
  • 최종수정 2020.02.19 14:59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 (사진=연합뉴스)

[우먼타임스 박종호 기자] 편의점 소비문화에 익숙한 2000년생들은 도시락, 커피, 디저트 등 편의점 먹거리에 대한 신뢰도와 관심이 높다. 아침식사 대용 삼각김밥부터 야식까지 다양한 편의점 먹거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생활용품도 편의점에서 구매한다. 대학가 편의점의 홈/주방용품 매출은 개강과 동시에 6~7배로 뛴다. 위생용품 매출은 8배에서 9배까지 오른다. 목욕용품 매출은 적어도 3배는 오른다. 밀레니엄 세대는 통신사 할인, 멤버십 포인트 적립 등을 통해 할인, 적립 등을 알뜰히 챙긴다. 몇 년 전만 해도 생활용품은 마트에서 대량 구매하는 것이 미덕이었으나, 이제는 편의점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는 것을 효율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렇기에 대학생들에게 캠퍼스 내 편의점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날 일본 불매운동을 이끄는 주역들이다. 하지만 대학교 내에 일본기업이 입점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한양대학교와 미니스톱의 이야기다.

◆ 미니스톱 입점 결정한 한양대

최근 미니스톱이 한양대학교(서울캠퍼스) 내에서 신규운영권을 따냈다는 소식이다. 기존 직영점이었던 CU점의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같은 자리에 미니스톱이 새롭게 입주하게 되었다. 
  
미니스톱의 지분은 전량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 유통기업인 이온그룹이 96.06%로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나머지 3.94%는 전범기업으로 유명한 미쓰비시가 가지고 있다. 앞서 대상그룹이 미니스톱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5월 일본 이온그룹에 전량 매각했다. 이에 미니스톱도 불매운동의 표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내에 미니스톱의 입점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시기가 미묘하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인 현재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일본기업에게 굳이 사업권을 넘긴 사실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별한 의도야 있었겠냐마는 소비 유통업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20대 불매운동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직원이 최근 기자에게 밝힌 근황에 따르면 “미니스톱의 가맹점 재계약은 월평균 30건 정도”라며 “최근 간판교체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점주들이 일본기업이란 이유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 동요하고 있다”며 “불매운동이 장기화될수록 점주들의 이탈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불매운동이야 개인의 자유라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찬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미니스톱 매장. (사진=미니스톱)

미니스톱이 들어설 위치는 학술정보관 앞이다. 학생들에게는 ‘사자가 군것질할 때’라고 불리는 단층 건물이다. 다만 일반 상권에서 편의점이 입점하는 경우와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병원이나 대학 내의 편의점 입점은 공개입찰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양대학교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입찰에도 미니스톱 이외에도 몇몇 편의점이 더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편의점이 캠퍼스 내에 입지해있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사뭇 남다르다. 우선 그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학교나 병원 같은 경우 상시 유동인구가 존재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그러니 임대료 역시 대단히 높은 편이다. 높은 기대매출을 기대하기는 힘든 구조다. 그러니 편의점 측에서는 매출보다는 소비자로부터의 지속적인 노출을 통한 광고효과와 이미지개선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서울 중심권 대형병원에 입점한 편의점의 경우, 월 임대료는 대체로 8000만 원 선에 달한다. 모 병원의 경우 일 매출이 잘 나갈때는 900만원 정도로 적지 않은 편이지만 임대료에 인건비, 기타 운영비까지 합한 총지출을 고려해보면 그다지 수지맞는 장사라고는 볼 수 없다. 기관이나 캠퍼스 내 직영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대료가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으로 수익이 잘 나오는 곳에서는 월 매출의 30%정도를 요구하는 이중계약을 맺기도 한다. 거기에다 캠퍼스 같은 경우 담배나 주류 판매 등에서 제약을 받기도 한다. 여러모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 한양대와 미니스톱의 관계는?

미니스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수익이 크게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내 점포개설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미지 개선을 꾀한다고 보는 편이 옳겠다. 여기에 일본기업 불매운동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다소나마 복구하겠다는 계산이 빠질 수 없다. 한 제보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수익활동이면 모를까, 이미지 개선이 주가 되는 기획에 한양대가 다리를 놓아주었다는 점이 아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거 한양대 내 미니스톱점. (사진=페이스북)

기업의 이윤활동은 워낙 보장되어야 마땅하니, 미니스톱의 선택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한양대의 도의적 책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측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다. 한양대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니스톱이 가격을 높게 불러서 사업권을 따내지 않았을까요?”라고 다소 두루뭉술한 해명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수익사업에 눈이 먼 나머지 교육기관이자, 사회화 현장으로서의 책임을 방가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선은 한양대에 쏠린다. 미니스톱은 이전에도 약 13년 간 같은 공간에서 편의점을 운영해 왔다. 미니스톱 측이 이른바 ‘건물을 지어주고’ 들어온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미니스톱에서 CU로 해당점포의 운영사업자가 바뀌는 과정이 있었고, 현재 재입찰을 통해 미니스톱이 다시 점포운영권을 되찾은 상황이다. 

한양대에서 시설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과거 한양대와 미니스톱 측은 불편한 관계였다”며 운을 띄었다. 전기세 등 비용을 정산해서 전달하는 와중에 한양대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양대가 미니스톱 측에 운영비 내역을 과대 청구했고, 미니스톱은 반대로 한양대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트러블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공모를 거쳤다고는 하나) 미니스톱에서 CU로 해당 점포의 가맹점이 교체되었다. 

이에 한양대 측이 먼저 어떠한 과정과 심사를 통해 편의점 입찰이 진행되었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제보자 A씨는 “논란에 대처하는 학교 측의 소극적인 자세가 이런저런 뒷말을 만들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 사이에 일본제품 불매를 다짐한 학생들은 그 위치상의 편리함 때문에 미니스톱을 이용해야하나, 국내 편의점을 이용하기 위해 먼 길을 내려가야하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사이에도, “공식적인 대답을 내놓겠다”던 학교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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