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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심에 놀아난 언론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는 논조

  • 기사입력 2019.07.31 17:59
  • 최종수정 2019.08.01 10:37
농심 새우깡.

[우먼타임스 이동림 기자] 농심이 새우깡의 원료를 국산 대신 전량 미국 산으로 쓰기로 한 결정을 취소했다. 26일 “서해바다의 환경이 오염돼 어쩔 수 없다”며 자진 국산 포기를 결정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30일 농심은 전북도와 군산 시로부터 군산 꽃새우의 확실한 품질보장을 약속받아 국산 꽃새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군산 시 측에서 품질을 보증하겠으니 다시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고, 농심은 품질 보장을 조건으로 꽃새우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당초 농심은 새우깡에 새우를 대던 군산 지역 어민들의 생계난 호소에도 불구하고 3년 전부터 꽃새우를 외면했다. 특히 올해는 매입도 하지 않았다. 농심은 그 이유로 증거 자료도 없이 서해 오염 탓을 했다가 정치권과 군산 지역 어민으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고서야 백기를 들었다. 

중요한 사실은 유력 언론들이 비슷한 논조로 농심이 군산 꽃새우 사용중단을 철회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KBS는 이날 “‘새우깡 원료’ 군산 꽃새우 다시 구매하겠다”라는 속보성 기사를 할애에 농심이 위생문제를 이유로 구매를 중단했던 전북 군산 꽃새우를 다시 사들이겠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농심, 군산꽃새우 다시 구매키로’라는 제목으로 농심이 새우깡의 원료를 국산 대신에 전량 미국 산으로 쓰기로 한 결정을 철회했다고 기사화했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는 농심의 논조에 언론이 동요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심이 한 해 군산에서 구입해오는 꽃새우는 300~500톤이다. 군산 꽃새우 전체 생산량의 70%에 달한다. 즉, 농심의 거래 중단은 생계에 위협을 초래한 것이다. 게다가, 농심의 결정 이후 15kg 1상자에 9만 원이었던 군산 꽃새우 가격이 3만 원 수준으로 3분의 1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다행히 어민들은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났다. 하지만 어민의 생계가 달린 엄청난 문제를 쉽게 좌지우지하는 농심의 대응에 언론이 말린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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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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