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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 가석방에 관하여

  • 기사입력 2019.06.24 14:03
  • 최종수정 2019.06.24 14:08
(사진=셔터스톡)

[우먼타임스 이동림 기자] 보석제도가 재벌 등 이른 바 힘 있는 사람들의 석방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보석제도란, 일정한 보증금을 납부를 조건으로 구속 상태의 피고인 혹은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주로 건강상의 이유 혹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을 시 허용된다.

◇ 재벌 등 힘 있는 자들의 석방 수단으로 

문제는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보석이 허용된 이들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가며 외출도 하고, 측근들도 만나는 등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다 못해, 보석 조건마저 완화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중견 B그룹 이모 회장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금 20억 원을 내고 자유의 몸이 됐다. 500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도, 대한노인회 회장 자격으로 여야 정치인들의 예방을 받고 있는 것. 병보석을 청구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환자가 아닌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서울남부구치소에 재수감 된 T그룹 이모 전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전 회장은 40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구속 집행이 정지돼 지난 2012년 6월 간암 수수로 보석을 허가받고, 7년간 불구속 상태에서 음주와 흡연을 해오다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켰다.

◇ ‘유전무죄 무전유죄’ 부추기는 보석제도

불법 리베이트로 재판을 받아 왔던 D제약 강모 회장은 10년간 회사자금 736억 원을 횡령하고 병원 21곳에 979차례에 걸쳐 의약품 리베이트 62억 원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도,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재 2심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고 다시 수감됐지만 1심보다는 징역 기간이 6개월 줄었다.

보석으로 풀려난 사례는 아니지만 집행유예 신분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오너 부부의 경영 비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S식품 김모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사장은 남편과 함께 ‘50억 횡령’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으나, 현재 회사 경영은 물론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특혜성’ 보석 결정의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돈 있고 힘 있는 재벌들보다 훨씬 경미한 형량을 선고받은 힘없고 돈 없는 딱한 처지의 사람들이 보석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한 사건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상식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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