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이동림 기자]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보험가입 시 음성녹취로 자필서명을 대체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끝내 보험사로부터 거절당했다면 이는 차별일까 아닐까. 물론, 당시 상담원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쉽게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 시각장애인에 음성녹취 대신 자필서명 통보
다만 최근 이것을 판단할 수 있는 피해 사례가 나왔다. 에이블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구 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A씨(시각장애 1급)는 지난 4월 초 한화생명 치아상해보험 가입 과정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며 금융감독원에 소비자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보험 가입을 위해 시각장애인임을 밝히고 음성녹취로 자필서명을 대체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한 한화생명에 대한 항의성 조치였다.
당시 보험사 상담원은 전화로만 계약을 체결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 가입 시 필요한 청약서와 관련서류에 자필서명을 해 회신하라고 답했고, 소비자보호실 직원 역시 “해당 상품은 장애인 전용상품이 아니며, 절차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7일 한화생명은 뒤늦게 A씨에게 민원검토 회신문을 보내 기존 입장을 바꿨다. 한화생명 측은 “보험가입에 있어 자필서명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이긴 하나 고객님의 경우 이러한 절차로 인해 오히려 불편을 야기할 수 있었음을 충분히 공감하며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증권·보험약관에 ‘보이스아이코드’ 뺀 보험사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본지 취재결과 한화생명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의 편의 제공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A씨가 지난해부터 요구하고 있는 보이스아이코드(문자음성변환시스템) 서비스를 치아상해보험 증권 및 보험약관에 삽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아이코드란 고밀도 2차원 바코드로, 두 페이지 분량의 텍스트 정보를 1.5㎠의 바코드 안에 저장할 수 있다. 저장된 데이터는 전용앱 또는 인쇄물출력기로 음성 변환되며 이용자에게 음성서비스를 지원한다. 때문에 시각장애인, 저시력인은 물론 다문화 가정 등 글자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다.
이에 대해 본지는 보험사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한화생명 홍보실 관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