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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창업주가 ‘바지사장’이라 불리는 까닭

-쿠팡 창업주, ‘경영 주도권 제한’ 예견된 수순
-‘소프트뱅크의 쿠팡 인수·합병’ 가설 시나리오
-고객만족 강조, 쿠팡맨 처우에는 인색한 행보

  • 기사입력 2019.05.07 11:25
  • 최종수정 2019.05.10 09:14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우먼타임스 이동림 기자] 10년째 김범석 단독대표 체제로 성장해온 쿠팡이 최근 3인 각자대표 시스템을 도입하자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쿠팡이 발표한 3인 각자대표 체제를 보면 김 대표는 전략적 투자를 담당하는 전략기획 분야를, 고명주 대표는 인사 분야를, 정보람 대표는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 쿠팡 창업주, ‘경영 주도권 제한’ 예견된 수순

이를 두고 쿠팡의 창업자인 김 대표가 계속되는 실적 악화와 함께 지분율 감소까지 겹치면서 경영 주도권이 제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부터 앞으로 구팡이 전문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도모하겠다는 인사조치가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분분하다. 어쨌든 간에 김 대표는 앞으로 전략기획 이외에 다른 영역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어려워졌다.

당초 김 대표의 경영 주도권 제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현재 쿠팡의 지분은 미국 법인인 쿠팡LLC(포인트벤처스LLC)가 100% 소유하고 있고, 쿠팡LLC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기존 지분에다 지난해 1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 받은 20억 달러(약 2조2500억 원)까지 보태면 쿠팡의 경영권이 사실상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 넘어간 셈이다. 이로 인해 쿠팡은 한국 회사이지만 더 이상 국내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엄밀히 묻자면 사실상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계열사인 셈이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 그룹이 1조1000억 원을 투자한 것까지 감안하면 손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돈은 총 3조 원을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쿠팡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손 회장이 높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쿠팡을 인수·합병해 한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란 가설적인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쿠팡 물류인프라 현황. (사진=쿠팡)

◇ 김범석 대표는 손정의 회장의 ‘바지사장?’

쿠팡이 최근 몇 년간 매출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도, 한편으로 막대한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가설에 힘이 실린다. 로켓배송 등 물류·배송 서비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다.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4조4227억 원으로 성장했지만, 적자 또한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622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2016~2017년 2년간 누적손실액이 1조1000억 원에 달했다. 쿠팡이 이처럼 극단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대규모 적자를 불사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압도적인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물론 올해 쿠팡은 늘어나는 배송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 택배회사에 배송을 위탁하는 알뜰배송과 일반인 배송 서비스인 쿠팡 플렉스 등을 도입했다. 2014년 5만8000종에서 지난해 500만 종으로 늘어난 로켓배송의 상품 품목 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쿠팡 물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쿠팡맨 고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각종 악재로 인해 잦은 퇴사와 신규 고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년째 쿠팡맨 숫자는 3600명(정규직 1200명, 계약직 2400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김 대표가 약속한 1만5000명 쿠팡맨 채용 인력에 26%에 불과한 수치다.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정작 쿠팡맨의 처우에는 인색한 셈이다.

이에 대해 동종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쿠팡이 아니라 네이버 스토어”라며 “로켓배송이 지속적인 배송 지연 사태가 이어지면서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덧붙여 “김 대표의 경영 주도권이 제한되고, 쿠팡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최대주주인 손 회장이 쿠팡을 인수·합병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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