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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쿠팡의 히어로는 안녕하신지요?

-노조와의 ‘평행선’...악순환의 연속
-쿠팡맨 이직 부추기는 임시방편책

  • 기사입력 2019.04.22 15:01
  • 최종수정 2019.07.08 15:17
(사진=쿠사 티스토리 블로그)

[우먼타임스 이동림 기자] “‘쿠톡’이요? 캠프 대표로 쿠팡본사 관계자와 대화를 하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던 적도 있었지만 임금 문제처럼 실질적으로 쿠팡맨들에게 중요한 건 들어주지 않았죠. 로켓배송이 시작된 지 4년 됐는데, 그 사이 쿠팡맨들의 임금은 계속 깎였다고 봐야 해요. 초기엔 모든 쿠팡맨이 월 350만 원 정도를 받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회사가 3개월마다 업무평가를 해 등급을 나누고,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는 형식으로 급여 체계를 바꿨어요. 작년에는 교통사고 등을 내지 않았을 때 고정적으로 40만 원을 받았던 안전수당 지급 기준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됐다가 쿠팡맨들이 반발해 원래대로 돌아왔죠. 그런데 회사는 임금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쿠팡맨들의 동의를 구한 적이 없어요.” 지난해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쿠팡노조 관계자가 한 말이다.

◇ “있으나마나 메신저”, 쿠톡 ‘무용지물’

그렇다. 쿠팡은 현재 캠프별 대표들과 회사 쪽이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노사협의회인 ‘쿠톡’이라는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배송직원인 쿠팡맨들은 ‘(쿠톡은) 사실상 회사의 일방적 통보만 있을 뿐 쿠팡맨들이 회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 17일 임금체계 개편 설명회 당시 쿠톡 멤버들에게 기준 물량에 대해 정확히 안내하지 않았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앞서 쿠팡은 내달 1일부터 인센티브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쿠팡맨 임금체계 개편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준 물량을 정한 뒤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면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쿠팡맨들이 처우개선을 호소한데 따른 쿠팡의 개편안이라곤 하나 쿠팡맨들의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되는 분위기다. 쿠팡맨들은 당장 새 임금 안이 시행되더라도 현재 평균 일 처리 물량보다 많아질 경우 결국 노동 조건 악화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며, 또 승진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도 사실상 2~3년간 임금을 동결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쿠팡맨 노조)는 3월 7일 서울 송파구 본사 앞에서 ‘70% 비정규직 쿠팡맨 정규직화 쟁취 성실교섭 이행 쿠팡노조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였다.

◇ 배송기사 이직 부추기는 ‘인센티브제’

사실상 꼼수다. 자연스레 개선되지 않은 처우는 쿠팡맨의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 그들은 “일한 만큼 벌어갈 수 있는 CJ대한통운이나 우체국 택배 등과 같은 다른 택배업체가 더 낫다”고 토로하고 있다. 쿠팡이 정규직 전환율이 90%가 넘는다고 성명하지만 쿠팡맨의 수가 몇 년째 3600명(정규직 1200명, 계약직 2400명)으로 고정이라는 것은 퇴사율이 높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쿠팡은 매년 늘어나는 물량에 비해 인력 충원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쿠팡맨은 약 4000여명으로 이중 30%만 정규직이다. 나머지 70%는 비정규직이 근무 중이다. 이는 김범석 대표가 약속한 1만5000명 쿠팡맨 채용 인력에 26%에 불과한 수치다. 이에 대해 쿠팡 홍보실은 “노조와의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일체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쿠팡 본사와 쿠팡맨노조 측은 실제 도입을 앞두고 오는 24일과 26일 마지막 교섭을 진행한다. 이날 한시적으로 짜낸 임시 방편책에 불과하거나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로켓배송’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고 그로 인한 쿠팡맨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의 시선이 쿠팡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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