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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TS 열풍에 가려진 태극기의 수난

-미국에 이어 영국까지 점령한 BTS,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
-이에 가려진 정부의 뼈아픈 태극기 모독 사태
-구겨지고 빛바랜 태극기에 이어 거꾸로 달린 태극기
-박지원 의원 “내부 기강 해이 극에 달했다”

  • 기사입력 2019.04.17 15:44
새 앨범 페르소나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BTS

[우먼타임스 김소윤 기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열풍을 넘어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최근 BTS는 미국에 이어 영국 차트까지 점령하며 그 이름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빌보드는 16일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BTS가 12일 발매한 새 미니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가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BTS가 빌보드 정상을 휩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정규 3집, 지난해 9월 리패키지 앨범이 빌보드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영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영국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BTS가 최근 발매한 앨범이 오피셜 차트 첫 1위에 올랐다.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BTS의 새 앨범이 현재 1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 영국에서 자체 최고 판매량을 달성해 한국 최초 1위 앨범이 될 전망이다.

BTS의 행보는 유엔에서도 펼쳐졌다. 한국 가수 최초로 지난해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인 UN총회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사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자리해 BTS를 격려했다. 유엔은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이다. 그만큼 BTS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크게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로서 BTS는 해외에 우리나라를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쌓는 효과까지 가져오며 외교관 역할을 하게 됐다.

대통령 전용기에 거꾸로 달렸던 태극기가 출발 전 발견돼 다시 걸렸다.

BTS 세계 열풍에 가려진 정부의 태극기를 대하는 자세

민간 외교관이 된 BTS가 세계 무대에서 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정부는 외교적인 자리에서 알려진 것만 세 차례나 태극기를 모독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는데 문 대통령이 탄 전용기에 태극기가 거꾸로 달렸다가 출발 직전 바로 잡히는 일이 알려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4일 한-스페인 외교차관 행사장에 주름이 잘게 잡힌 태극기를 내걸었다 담당자를 보직 해임한 바 있다. 지난주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방문 당시엔 미국 의장대가 파란색이 아닌 빛이 바랜 하늘색 문양의 태극기를 들고 도열해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정부의 태극기를 대하는 자세는 법을 위반한 행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기법’ 제10조는 ‘국기를 게양하는 기관 또는 단체의 장 등은 국기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국기·깃봉 및 깃대 등을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제22조를 보면 ‘국기에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국기를 훼손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국기를 세탁하거나 다림질하여 게양·보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국기는 나라의 얼굴이자 존엄을 상징한다. 국기법 내용을 자세히 몰라도 올림픽과 같은 세계 축제에 구겨지거나 빛바랜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응원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외교를 펼치는 자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3·1운동으로 민족의 독립 의지를 표출하는 태극기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모습.

거꾸로 태극기 달아놓고 남 탓한 정부…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의미 퇴색되나

이번 ‘거꾸로’ 걸린 태극기 사태에 대해 정부는 대한항공 실무자 핑계를 대는 입장을 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청와대는 기자단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 환송 행사 전 태극기에 이물질이 묻은 것을 발견한 대한항공 실무자가 새 태극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태극기를 거꾸로 걸었다. 이를 인지한 뒤 다시 정상적으로 걸었다”면서 “운항은 대한항공이 책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관리 책임은 공군에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해명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SNS를 통해 “태극기 수난 시대인가. 대통령이 탑승해 순방에 나설 공군 1호기 태극기까지 거꾸로 게양했다면 기강해이가 극에 달한 것”이라며 “엄벌에 처해 태극기의 존엄성과 국가 기강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서 언급한 BTS에 대해 한류와 한글 확산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훈장을 수여했다. 깨끗한 태극기를 거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일에 속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못한 정부가 알아서 민간 외교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는 BTS에게 상을 주는 것이 괴리감을 자아낸다.

지난 11일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식민 지배를 당한 아픈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태극기와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열사들이 떠오르는 이들이 많다. 100년 전 3월 1일 만세운동을 벌이던 순간 태극기가 함께했다.

구겨지고 빛바랜 거꾸로 달린 태극기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떨까. 이 것이 과연 외교부 담당 공무원 보직 해임이나 대한항공 실무자의 실수로 무마하면 될 일일지 걱정스러운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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