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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스코는 짠하다

-본보 무대응 일관한 홍보실 관계자
-기사 송고 후 실명 삭제만 요청 ‘짠’

  • 기사입력 2019.04.04 18:45
  • 최종수정 2019.05.30 11:23
(사진=픽사베이)

[우먼타임스 이동림 기자] 건설사업계는 보통 시급한 취재현안이 생겨 기업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하면 해당 홍보실은 해명은커녕 무대응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포스코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본래의 홍보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 2월 포스코 ‘산재은폐’ 의혹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부두 하역기에서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 흔적이 없는 심장마비로 원인을 지목했지만, 부검결과 장기파열 등에 따른 과다출혈로 알려지면서 사망사고 은폐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으로 사내 속보에 알렸다는 얘기부터 사고발생 직후 특별히 외상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심장마비로 추정된다고 언급한 것을 관련부서에서 초기문건에 쓴 것이란 해석이 분분했다. 이에 대해 해명을 듣기 위해 포스코그룹 홍보실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포스코의 이 같은 허술한 대응은 비일비재하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포스코지회로부터 ‘주임 용퇴 신청서’란 제목의 문건 내용이 발견됐고, 이 문건이 사내직원의 충성맹세로 추정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역시나 본보는 기업의 해명을 듣기 위해 홍보실 관계자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렇게 세월이 다 지나가는 사이에 기사(관련기사▶ 포스코, 충성맹세 문건에 ‘함구무언’)는 다 나갔다.

그런데 돌연 본보에 낭보(?)가 날라 왔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포스코그룹 측에서 전화가 온 것이 아닌가.

홍보실: “기사 봤습니다. 제 실명이 거론되어 있더군요. 통상적으로 관계자로 호칭하던데 굳이 실명을 밝혔네요.”

본보: “네,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부득이하게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황○○ 팀장은 소통이 통 안 됩니다.”

홍보실: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관계자로 보도해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 이름 좀 빼주세요.”

본보: “네,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자는 이름을 밝히고 취재하는데 황 팀장은 왜 숨으려 하십니까.”

홍보실: “... ...”

그렇다. 이제부터라도 관계자로 호칭해 드리기로 했다. 

과거 해당 관계자는 이슈가 터져도 본보 취재진에게 일체 연락하지 않았고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 언론사와 적대적 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홍보실의 기능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물론 이해는 간다. 홍보실 인원이 턱없이 모자란데다 수백 개의 언론매체를 상대해야 하다 보니 원활한 소통사정도 좋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언론사만 챙기는 홍보실의 모습이 그동안 눈엣가시였다.

홍보실의 역할은 언론에서 다뤄지는 기사를 분석하고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혹에 대해 대응을 잘못하면 논란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게다가 ‘묵묵부답’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끝내 관계자는 본보에 기사의 어느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실명만 빼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가 이토록 짠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코에게 그 해답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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