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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손보 ‘끼리끼리’

-실적 악화로 사퇴론에도 불구 3연임 성공한 양종희씨
-투명성의 상징인 사외이사 ‘셀프연임’ 논란까지 불거져

  • 기사입력 2019.03.28 10:58
  • 최종수정 2019.03.28 11:11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을 인수한 KB금융그룹. 사진은 2015년 출범식 당시 윤 회장과 김병헌 당시 KB손보 사장. (사진=KB손보)

[우먼타임스 김소윤 기자] KB손해보험이 악화된 실적과 부진한 해외 사업을 겪고 있는 와중에 뚜렷한 해법 없이 사외이사들은 ‘서로 주고 받기식’ 추천 임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KB손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김창기 교수, 전국렌터카공제조합 황해선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심충진 교수, 서울종암경찰서 전 서장 김학역 씨 등이다. 이 중 김 전 서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재선임 된 사외이사들이다.

사외이사 선임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의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추위는 지난 15일 현직 사외이사들을 후보로 제안하고 의결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끼리 서로 추천하는 이른바 ‘셀프연임’ 과정을 통해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KB손보의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황해선 사외이사가 김창기 사외이사를, 김창기 사외이사가 황해선 사외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제안했다. 김창기 사외이사는 또 심충진 사외이사도 사외이사 후보로 제안했다.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1년이다. 연임제한은 3년인데 이번 사추위의 셀프연임 방식을 통해 연임제한 기간까지 재선임 될 수 있는 셈이다. 현행법상 이 같은 셀프연임은 막지 못한다.

하지만 사외이사는 말 그대로 사내이사와 대립되는 용어로서 기업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활동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런데 KB손보의 이번 사외이사 논란은 감사활동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들이 객관성과 적절성 논란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의 기본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윤 회장의 지지를 받아 3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KB손보 양종희 대표는 연임 전 실적 하락의 여파로 사퇴론이 불거진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적 개선 돌파구 찾아야 할 시점인데…경영활동 감시하는 사외이사가 자기들끼리 셀프 연임이 왠말

이사회의 역할은 원래도 중요했지만 최근 들어 그 취지와 방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근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가 훼손된 대한항공의 경우 20년간 경영해오던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주총 결과 부결됐다. 관계 당국도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한 공식석상에서 발표한 바 있다.

KB손보의 이번 논란은 자칫 사외 이사 추천 권한을 악용한 사례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외이사가 서로 본인들의 지위를 챙겨주는 모양새가 역설적이기 때문이다. KB손보는 사외이사 뿐 아니라 양종희 대표가 세 번이나 연임된 것도 주목받고 있다. 양 대표는 악화된 실적 탓에 교체설까지 불거진 인물이다.

업계에서 5위 안에 드는 규모인 KB손보는 이에 반해 최근 순이익이 3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사업도 적자를 보고 있다. 미국 거주 소상공인들에게 보험상품을 팔았던 사측은 20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고 해외 원보험에서도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연임에 성공한 양 대표가 실적 개선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좋지 않은 상황에 돌파구를 찾아야할 KB손보가 대책은커녕 사외이사 셀프 연임 논란으로 불필요한 지적을 받게 돼 사측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에 대해 KB손보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외이사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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