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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8년] '미투' 운동...대한민국을 강타하다

-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국내 미투 운동 촉발
- 사회 전반으로 퍼져...정치·문화·예술·연예계 넘어 '스쿨' 미투까지
- 2차 피해 방지, 인식 전환, 구조적 개선 등 위한 논의 활발

  • 기사입력 2018.12.17 18:03
  • 최종수정 2020.02.18 15:38

[우먼타임스 이은지 기자] 2018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metoo)'.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는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촉발돼,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한국에선 올해 1월 서지현 검사가 방송을 통해 폭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투'운동을 통해 권력을 내세워 성희롱과 성폭력을 일삼던 이들이 불명예를 안고 퇴출당한 경우도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2차 가해가 일어나는 등 문제점도 많았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뿌리 깊게 존재해왔음을 알게 된 2018년, '미투 원년'을 돌아본다.  

서지현 검사, 국내 미투운동 불 지펴

남의 나라에서 벌어 지는 줄로만 알았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하며 국내에서도 불씨가 타올랐다. 서 검사는 지난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법무부 핵심 간부인 안태근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검사 생활 동안 남성 검사들에게 당한 또 다른 성폭력 경험들도 자세히 밝혔다. 이는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성폭력·성차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서지현 검사. (사진=JTBC보도)

미투는 2006년 뉴욕의 시민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처음 고안해 낸 것이다. 지난해 할리우드의 거물급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수십 년간 여배우와 여직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급속히 퍼져나갔다.

대중들은 서 검사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전했지만, 서 검사는 폭로 이후에 여전히 협박과 음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 모든 음해를 해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5년을 검사를 했으니 제가 다 입증해서 밝혀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음해를 해명하면 또 다른 음해를 만들어내는 것을 알았다"며 "빠져나갈 수 없는 거미줄과 싸울 것이 아니라 거미를 직시하고 마지막 순간에 잡아먹히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폭로 이후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 정치·문화·예술·연예계 등으로 번져...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

이후 미투운동의 바람은 문화예술계로 옮겨갔다. 문화계에서의 첫 성추행 폭로는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로부터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윤택 연극연출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윤택씨는 연극계 대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성범죄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연극계는 휘청거렸다.

이씨는 극단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사전에 기자회견 리허설을 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 사과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불씨는 원로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씨로 이어졌다.

당시 오씨가 교수직을 맡고 있는 서울예대 총학생회는 '오태석 교수의 해임과 퇴출'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진상규명을 통해 추가적인 피해자와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퇴출되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오태석·이윤택씨 등과 관련한 교과서 발행사별 수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윤택 연극연출가.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인물 관련 발행사별 수정 계획을 제출받은 결과 2018학년도 사용 검정 교과용 도서에 수록된 총 40건 중 35건이 수정된다"며 "예상 수정 시기는 출판사별로 3월부터 5월까지"라고 밝혔다.

미투는 연예계로도 이어졌다. 영화배우 등 유명 연예인의 성추문 의혹이 터졌다. 영화감독 김기덕씨와 영화배우 조재현씨 등 연예계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고발은 끊이지 않았다. 배우 겸 교수였던 조민기씨는 자신의 제자를 성추행 했다는 의혹에 검찰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 발표한 '예술 분야 성폭력 실태 시범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60%를 초과했다. 구체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 경험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60.3%, 예방 교육 경험자 중 내용이 예술계에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1.2%였다. 반영 필요 내용으로는 현실적 내용(33.5%), 예술계 특수성(25.3%), 구체적 사례(24.5%) 등으로 나타났다.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정책팀원은 "한국 예술계의 남성 중심적인 집단 문화 뿐만이 아니라 피해 호소할 수 있는 상담 및 신고 창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법·제도의 사각지대가 연쇄적인 성폭력을 가능케 한다"며 문화계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말했다.

정치계도 비켜갈 수 없었다. 지난 3월 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가 JTBC 뉴스룸에 나와 안 전 지사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 당했다고 밝히며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현재 안 전 지사는 자신의 비서를 성폭력한 혐의로 재판을 진행중이며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미투 제보'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국회의원과 고위 직급 보좌진이 가진 막강한 인사권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은 현재 4급 보좌관 2명, 5급 보좌관 2명, 그리고 6~9급 비서와 인턴을 포함해 대략 9명을 보좌진으로 둘 수 있다. 그런데 공채 시스템이 별도로 없고 채용과 승진, 그리고 퇴사까지 모두 국회의원이 결정한다.

◆ 학교에서도 이어져...올해 최다 트윗 '스쿨 미투'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창문에 붙인 졸업생 미투 지지 문구. (사진=연합뉴스)

가장 보수적이라고 불리는 학교에서도 '미투'는 있었다. 이른바 '스쿨미투'의 바람은 오히려 더욱 거셌다. 그만큼 쉬쉬하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 트위터코리아에서 발표한 올해 가장 많이 트윗된 단어도 '스쿨미투'였다.

지난 4월 용화여고 졸업생·재학생들의 미투로 시작된 스쿨미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학생들에게 스쿨미투는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였기에, 급기야 이들은 거리로 몰려 나와 지난달 3일 서울에서 첫 스쿨미투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국회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스쿨미투 관련 법안들이 쏟아졌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선영 충남도의원(정의당)은 14일 충남도의회에서 논산의 한 여고에서 벌어진 학생 대상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선영 의원은 "돌아보면 우리는 학교 내의 이런 모습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이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일상이었다"면서 "지금도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학교내 성폭력이) 일상화 되거나 더 큰 피해를 우려하여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사태의 본질을 '학생 인권'으로 규정하면서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충남도교육청의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학생들이 어리다고 해서 성인보다 그 인권의 무게가 가벼울 수는 없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쿨미투 재발방지는 물론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인권이 보장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의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성년 학생뿐만아니라 대학가 미투도 있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교수들이었고, 피해자들은 학생이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은 사건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사건 신고 시작부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312곳 대학 중 성폭력 전담 기구를 둔 곳은 11%,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된 대학도 전체의 30%대에 불과하다. 

"폭로 이후가 더 중요" 개선 방향 논의 활발...부끄러운 민낯 마주한 2018년

이같은 미투 운동이 폭로에만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한 사회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국회에서는 미투국면에서 법·제도의 개선 방향과 향후 계획에 관한 토론회가 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가해자 대한 처벌 강화·피해자 구제·교육현장과 일터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정이명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위원회 디투대응팀 변호사는 "상대방의 동의 없은 성적 침해인 비동의 간음·추행을 성범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형사고소를 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25%가 수사·재판 담당자로부터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어서 "역고소 당하는 피해자들이 많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피해자임에도 명예훼손에 관한 가해자로 취급당하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직장내 성희롱에 관해 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은  "현재 대부분의 사업장이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잘 처리할 수 있는 제도나 인력, 구성원의 인식이 미비해, 이 부분의 변화를 촉진하고 강제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정책팀원은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으로 인한 법적 사각지대를 인식하고, 예술인의 범위에 '예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포함시켜 예비예술인의 성희롱·성폭력 피해도 구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직장과 학교,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운동이 일어났다. 그만큼 만연해있다는 의미다.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한 올해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위드유(#withU)'운동도 있지만, 그보다 더 자주, 더 많은 2차 가해들이 있었다. 미투 운동으로 국회에 제안된 미투 관련 입법안들이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해결해야 할 논점들이 많이 남았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폭로에 그치지 않고,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와 제도·법안들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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