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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이젠 변해야 할 시기-②

-설화수, 이젠 변해야 한다

  • 기사입력 2018.12.11 16:28

설화수 제품은 2016년 기준으로 1조 6,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메가 브랜드다. 한 브랜드가 1조 6,000억 원이나 하는 단일 브랜드는 화장품이나 의류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설화수가 탄생한 건 1997년이다. 아직도 생생했던 IMF 위기 때이다. 약 1992년 즈음 부터 수입 자유화 물결에 외국의 유명 화장품들이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한국의 화장품들이 서서히 백화점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결국 설화수가 탄생하기 1~2년 전에는 아모레(당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만 겨우 남아 있는 실정이었으나 아모레도 나가 주었으면 하는 압력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이 화장품에 뛰어든 후 주로 방문 판매로 이루어지던 탄탄한 화장품 조직망을 뚫을 수 없어 할인코너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판시장을 만들었다. 그 당시 백화점에서 마몽드 립스틱이 11,000원이었지만, 할인코너에서 마몽드 립스틱을 사면 5,500원 하는 시대였으니 누가 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겠는가? 

구전으로 할인코너에서 파는 제품들은 유통기간이 훨씬 지난 제품이거나 가짜 제품이 이라고 소문 내봐야 방금 나온 신상 화장품까지 할인코너에서 불티나게 팔려 소용이 없었다. 이에 대응하지 못한 국내 화장품들은 백화점에서 다들 쫓겨났고 2, 3위 하던 한국화장품, 피어리스, 쥬리아 등의 회사들의 명성은 사라지고, 한국 화장품만 겨우 살아남아 옛 명성을 찾고자 하지만 힘든 실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로 겨우 백화점에서 살아남았지만 외국제품들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히튼 카드는 설화수의 신제품 ‘자음생크림’이었다. 판매가격을 20만 원 정도로 책정하는 것을 놓고 엄청난 반대(당시 잘나가는 외국계 화장품 가격이 7만원~8만원 정도였다)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국산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백화점과 방판 화장품이 살아남으려면 고가 중에서도 최고 화장품으로 차별화해야 했다. 한국의 백화점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국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남은 승부수였으며 도전이었고 변신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자음생크림은 시장에 내놓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한번 써 본 사람이 또 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면서 요란한 TV 광고 한번 하지 않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설화수 제품은 2000년 1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04년 3000억 원, 2008년 5000억 원 등 고속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에는 롯데 백화점 본점 기준으로 매출액 5위였던 설화수가 2003년에는 드디어 1위를 하며 2위와의 격차를 두 배 가량 벌리며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의 한방제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2003년 1월 출시 이후 아모레퍼시픽 미투 작전으로 시작해 결국 설화수를 이겼다. 브랜드 시작부터 한방 콘셉트로 비슷했으며, 모델도 아모레퍼시픽 모델 출신을 계약 하는 등 1위 탈환을 위해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 마침내 2016년 후의 매출이 1조를 넘기고 2017년에는 LG생활건강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설화수를 누르고 1위를 해내는 저력을 보였다. 

후의 패키지는 왕실의 궁중이야기를 담아 화려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심플하지 않고 과대 포장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처음엔 웬 짝퉁이냐며 무시하고 설화수의 심플하고 간결함에 더 찬사를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중국에선 이런 후의 화려한 패키지와 용기가 먹히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가끔 본인들이 지구의 중심이라며 국가 이름도 중국(中國)이라고 농담도 하는, 허래 허식 과시를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잔칫날이면 음식이 남아도는데도 계속해서 음식을 시키거나 대접 한다. 

또한 중국 사람들은 빨강색을 엄청 좋아한다. 중동 사람들은 녹색을 엄청 좋아해서 우리가 제품디자인 할 때나 색채를 쓸 때 중국은 빨강, 중동은 녹색을 쓰면 제품에 상관없이 50%를 먹고 들어간다는 농담까지 할 정도이다. 후 제품은 왕후, 궁중 문화라며, 빨강색, 황금색, 자주색을 패키지나 용기, 포스터에서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설화수는 촌스럽다고 사용하지 않았다.

모델 기용을 하지 않던 설화수가 최근 브랜드 모델로 송혜교를 발탁했다. 이영애를 모델로 기용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던 후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니 다시 1위 자리 탈환과 브랜드 변신을 위한 것인 것 같다. 이처럼 설화수도 이젠 변해야 한다. 모델을 쓰던 패키지를 변신하던 1997년 당시 살아남기 위해 설화수가 탄생하고 변신 했듯이 설화수를 비롯한 한국의 화장품들은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우선 중국 시장 공략방법부터 바꿔 보면 어떨까 한다. 외국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활발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젊은 층은 개성표현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개인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색조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메이크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메이크업 제품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뿐만 아니라 용기 등에서도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다. 19997~2000년까지 아모레퍼시픽 연수원에서 한국 화장 문화사를 강의했을 때 신라시대 때의 화려한 화장품 장신구(용기,패키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있다. 신라시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향합에는 향기 나는 수분 파우더 파운데이션(파우더 알갱이 안에 수분과 보습제를 넣어 코팅)을, 청자 연지함에는 연지(리필용 립스틱) 곤지(볼 터치)를, 향낭에는 간단한 메이크업 제품을 장신구로 만들어 과시와 보여주기를 좋아 하는 중국 여성들에게 어필해 볼 수 있겠다.

혹은 향낭 주머니 안에 파우더 향수나 VB프로그램 다이어트 알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넣어 팔거나, 밸런타인데이 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한정 판매로 청자상감투각 거북등문 상자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판매 한다면 설화수 및 한국의 화장품들의 매출은 급상승 할 수 있으리라 확신 한다.
 
사자성어 중에 학여역수(學如逆水)라는 말이 있다. 배움이란 마치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退步)한다는 뜻이다. 설화수 뿐만 아니라 한국의 화장품은 이제 변해야 할 시기이다.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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