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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과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책임 인정해야 한다"

- 검찰수사 재개될 전망
- 공소시효 지나도 책임 인정되면 손해배상 해야해

  • 기사입력 2018.11.15 23:51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우먼타임스 이은지 기자]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자사 제품과 관련된 명확한 독성 실험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수년째 검찰 수사망을 피해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가습기의 주요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공개되자, 지난달 29일 두 기업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까지 냈다.

15일 검찰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따르면,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 성분을 기반으로 한다.

이미 폐 섬유화와 인과관계가 입증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검출된 옥시 가습기살균제와 달리, CMIT/MIT의 경우 환경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내 독성 실험 결과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CMIT/MIT는 애초 미국 환경청(EPA)에 산업용 살충제로 등록됐다. 강한 부식성과 자극성을 띠고 있으며 동물 흡입실험(급성)에서 비염을 유발했다는 기록이 있다. 주로 두 물질을 섞어 쓰는데, 국내에서는 유독물이나 취급제한물질이 아닌 일반 기존화학물질로 고시돼 따로 규제 받지 않아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갔다.

이같은 이유로 검찰은 옥시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소까지 하면서 CMIT/MIT 기반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SK케미칼·애경 등은 수사에서 제외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가습기 살균제' 파동과 관련해 받은 처분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전부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오너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애경그룹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이 직접 이 제품을 쓰고 그 경과를 보여준다면 국민의 불신과 ‘살인기업’이라는 억측을 벗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들이 모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구제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검찰 수사가 안 들어간 이유가 CMIT/MIT 동물실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환경부가 실험한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CMIT/MIT의 유독성과 관련된 국내 주요 실험 결과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CMIT/MIT 함유제품 단독 사용자에게서도 PHMG로 인한 피해자와 동일한 특이적 질환이 나타났다"며 "검찰에 해당 동물실험 결과를 알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기업으로부터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역학조사나 인과관계 규명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에서 수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기소중지 상태"라며 "환경부에서 아직 공식 회신이 안 온 상태인데, 법률적인 인과관계 문제인 만큼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2011년 마지막으로 판매된 만큼 공소시효 종료 문제도 있지만, 검찰은 크게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피해자가 1명이라도 남아있고 업체의 책임이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신속하게 판단은 해야겠지만, 이 문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업체가 피해 보상을 안 해줄 사항은 아니다"며 "책임을 묻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하다. 옥시 사건에서도 (독성) 인과관계를 특정 요건 하에서 인정을 해준 전례가 있는 만큼 (SK케미칼·애경도) 그 정도에 부합하는 실험 결과가 있을지 신중하게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케미칼이 2001년까지 직접 제조하고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의 판매량은 35만5000개에 이르고 2002년부터는 2011년까지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제품 판매량은 163만7000개에 이른다. 두 기업의 오너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 중에서 거액의 보수와 배당을 챙겨갔다. 아직까지 사과도 하지 않은 두 기업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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