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저가 항공사 비행기를 타니 밥을 주지 않았다. 물도 음료도 사먹는 시추에이션이다. 비행기에서 공짜로 먹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왠지 황량하다. 공짜로 먹는 재미가 좋은데 그 재미를 못 즐기려니 무미건조하다. 물론 기내에서 사먹을 수 있어도 왠지 그러기는 싫다.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환승하려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내렸다. 거의 여덟 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더니 배가고파 공항 내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었다. 여기서 사먹은 게 인도차이나반도 종단여행을 하면서 먹거리에 관해 쓰는 첫 번째 음식이 되었다.
나온 음식 모양을 보니 맘에 들지 않는다. 공깃밥을 엎어서 접시에 담아 오이 한 조각을 얹고, 작은 종지에 우리네 닭볶음탕 비슷한 것이 주 반찬으로 나온다. 여기에 삶은 계란 반 개, 멸치땅콩 볶음이 곁들여졌다.
좀 얄궂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나오면 식당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내가 평소 한끼 먹는 양의 1/3 밖에 되지 않는다. 적게 먹으니 오히려 이 작은 먹거리에 관해 감사한 마음이 더 욱 크다. 배가 많이 고파 허겁지겁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적당히 먹으니 속도 편하고 좋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도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