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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김을 먹다 쓴 검정 붓글씨

  • 기사입력 2018.08.13 11:16
  • 최종수정 2018.08.13 13:43
(사진=박기철)

1600년대 전남 광양에서 김여익이라는 사람이 바다이끼(海苔)처럼 자라는 해조를 따다 넓게 펴서 말려 먹어 그의 성을 따 김이라 불렀단다. 

정설은 아니겠지만 재미있다. 우리 한민족은 오래 전부터 해조류(海藻類)의 일종인 김을 먹어왔다. 서양인들은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sea weed)라 부른다. 당연히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채소(sea vegetable)인 해초류(海草類)라 부르며 맛있게 먹는다. 

김을 먹는 민족은 세상에 별로 없다. 한국인과 일본인 정도다. 식탁 빼고 다리 넷 달린 것을 다 먹는다는 중국인들도 먹지 않는다. 서양인들은 김을 먹는 한국인을 보고 깜짝 놀란단다. 어떻게 시커먼 종이를 먹느냐고 기겁을 한단다. 김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서 하는 반응이다. 

김을 살짝 구워 금방 지은 밥을 얹고 여기에 참기름 간장을 살짝 떨어뜨려 먹으면 그야말로 짱이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검정 먹물 색깔의 김을 보니 먹물로 쓰는 붓글씨 생각이 언뜻 났다. 

검정의 검이 발음이 변해 김이 된 건 아닐까? 아무튼 그래서 2018년 신년 기념으로 붓글씨를 썼다. 내 고유의 서체로 섰다. 한자의 뜻을 살리며 쓰는 소락체(素樂體)다. 우선 청심열정(熱情淸心)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었다. 

열심히 살면 스트레스를 받기 쉽고 열심이 과하면 흉(凶)하다. 그러니 열심히 살기보다 맑은 마음으로 청심하게 살자고 다짐했다. 다만 청심하게 살되 열정을 품으며 살자고 다짐했다. 김을 먹으며 길(吉)하기를 바라며 가진 새해 다짐이었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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