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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협력사 ‘기술탈취’, 결국 법정소송으로 비화

비제이씨, 현대차가 기술분쟁조정위 배상결정도 거부하자 “배상하라”며 법원에 소장 제출

  • 기사입력 2016.11.15 10:45
▲현대차 전주 공장 도장 과정(사진 현대차 홍보 동영상)

[우먼타임스 박홍준 기자] 현대자동차에 기술을 탈취당해 억울하다고 호소해온 화학제품제조업체 비제이씨는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의 3억 원 배상결정에도 현대차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현대차를 상대로 불공정거래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정부가 지난 4월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재벌대기업 등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제도의 미비를 악용하여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편취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중소기업 기술 보호종합대책’이 마련된 이후 제기된 대표적인 중소기업기술탈취소송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비제이씨 측은 국내굴지의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갑질’에 분노하면서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에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달라는 중재를 요청했지만 현대차측은 이 결정을 무시했다고 밝혔다.

중재위는 심의 결과 ‘현대차는 2016년 8월 31일까지 비제이씨에 3억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제시, 비제이씨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현대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제이씨측은 결국 소송을 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비제이씨는 지난 2004년 단독으로 특허 출원한 기술을 ‘현대자동차’의 요구에 의해 2013년과 2014년에 수차례에 걸쳐 이 기술을 제공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를 경북대와 산학협력으로 특허를 내고 직원의 석사 논문에도 유용, 특허기술탈취와 불공정거래를 저질렀다고 지난달 7일 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비제이씨가 주장하는 현대차의 기술탈취과정을 보면 전형적인 중소협력사에 대한 ‘갑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2005년부터 2015년에 비제이씨로부터 도장공장 악취제거에 사용되는 미생물제와 배양기술 등을 공급받았다.

그러다가 현대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지난 2013년 11월~2014년 3월까지 비제이씨 측에 미생물의 악취제거, 신규균주시험, 테스트보고서 등 10여종의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했다. 비제이씨 측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일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 기술 자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현대차측이 기술탈취의 목적으로 기술자료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제이씨 측은 주장했다. 현대차는 이 자료를 제공받은 지 1년 2개월 후인 지난해 5월 “자사 도장생산기술부와 경북대학교가 산학협력으로 신규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며 비제이씨에 미생물제 납품 중단을 통보했다.

비제이씨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현대차가 이런 비열한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현대차가 개발한 특허기술을 조사했다. 그 결과, 특허공보에 기재된 실험내용·데이터가 비제이씨가 실시한 테스트 결과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기재된 미생물 역시 비제이씨가 현대자동차에게 제공한 균주 및 관련 정보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협력사기술을 탈취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측은 비제이씨와 협력해 도장작업 시 생기는 악취를 제거하는 테스트를 진행했었지만 개선되지 않아 경북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제이씨는 해외에서 미생물제를 수입해 현대차에 재판매하는 업체지 미생물제 관련 기술은 갖고 있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국회에서도 논의돼 현대차의 반박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26일 국회 산업위 국감에서 비제이씨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로 현대차 직원이 자신의 석사논문에 썼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장을 체증한 사진과 전화통화 녹취록, 표절이 의심되는 논문 등을 물증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감에 출석한 김동규 현대차 품질총괄전무 등은 “비제이씨가 악취제거 솔루션을 개발하지 못해 다른 업체와 협력해 개발했다”고 종래의 해명을 되풀이 했다.

현대차의 협력사 기술탈취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대기업의 협력사 기술탈취는 엄격이 규제하고 제재조치도 한층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정만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기술탈취와 기술편취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재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의 기술탈취의 담당 및 주무를 맡고 있는 국가기관을 파악하고 하도급이나 위탁거래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대기업 등의 요청에 따라 중소기업이 자기의 기술 자료를 제공한 경우, 특별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상호 간에 비밀유지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대기업 등에 대해 기술 자료를 제공한 중소기업과 계약의 체결 없이는 그 기술의 유용 금지하고 ▲중소기업청에게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의 기술탈취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점검 및 피해사례 신고가 있으면 실질적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조사권을 강화하는 권한의 부여하는 한편 ▲피해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손해산정 전문기관에게 기술탈취로 인한 피해기업의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요구할 것, 법원의 근거 없는 전문기관이 산정한 손해액을 감축하지 못하게끔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등과 같은 입법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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