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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기업 돈 뜯고 오너까지 갈아치워

전경련 통해 기업 겁박 돈뜯기 이어 비협조적 ‘미운털’ 박힌 사기업 경영권도 좌지우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퇴진·조양호 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경질 배후 청와대 그림자

  • 기사입력 2016.11.05 01:04
  • 최종수정 2016.11.05 10:09
(사진=MBN 뉴스캡처)

[우먼타임스 비즈온팀 안옥희 기자] 청와대가 재단 모금을 목적으로 대기업들을 압박했던 사실에 이어 오너 일가의 경영권까지 간섭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최순실게이트가 정계에 이어 재계까지 번지면서 청와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사기업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해 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재단 모금과 각종 이권사업에 비협조적인 기업인들을 상대로 청와대가 부당한 사퇴 압력을 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3일 MBN은 지난 2013년 말 조원동 청와대 전 경제수석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조 전 경제수석은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릅니다”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재촉했다. 이에 손 회장이 “그럼 VIP(박근혜 대통령) 말씀을 저한테 전하신 건가요?”라고 되묻자 조 전 경제수석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손 회장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조 전 경제수석은 약 7분간 이 부회장의 퇴진 종용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3년 7월 당시 동생인 이재현 회장이 횡령과 탈세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후 CJ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2014년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당시 재계 안팎에서 각종 의혹이 일었다.

이번 청와대의 오너 퇴진을 종용하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이 부회장이 청와대의 압박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소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청와대의 이 부회장 퇴진 종용 배경에 대해서 재계에서는 CJ E&M이 제작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와 CJ계열사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을 희화화해 청와대 심기를 건드린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지난 2014년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간 중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보다 더 주목받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퇴진 압박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CJ그룹에 대한 청와대 압력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7년 넘게 맡아온 손 회장이 지난 2013년 7월부로 갑작스럽게 물러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SBS는 이 부회장에 이어 손 회장도 조 전 경제수석이 이재현 회장 구속과 관련해 CJ그룹 인사가 경제단체장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고 전했다. 조 전 경제수석은 손 회장에게 회장직을 내려놓으라는 압력을 넣으며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힌 기업은 CJ그룹만이 아니었다.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권력을 등에 업고 평창동계올림픽 이권을 노렸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에도 청와대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3일 조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겠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으나 자진 사퇴가 아닌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김 전 문체부 장관은 조 회장의 사퇴를 종용하며,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의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순실 씨 소유의 회사 더블루K가 문체부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조직위를 압박했으나, 조 회장이 무리한 계약이라는 이유로 단호하게 거부해 청와대의 눈 밖에 났다는 설이 떠돌았다.

조 회장의 석연치 않은 사퇴와 맞물려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급작스럽게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에도 최순실 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법정관리 전 재계 11위였던 한진해운이 그룹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10억 원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미르재단에 출연하면서 청와대 실세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해석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조 회장이 미르재단에 10억원을 출연하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김 전 문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 회장이 사실상 김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압력 받은 사실을 시인해 사퇴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로 밝혀진 상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 청와대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정부 비선 실세의 압력이 아니라 미리 정한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으나, 드러난 각종 정황들로 인해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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